김장철이지요. 다음주부터 강추위가 예보되어 있어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김장담기에 동참하시더군요. 저의 집 친정식구들도 모두 모여서 김장하고 김장통을 채워나갔습니다. 식구들 중에서 저는 유독 사람 많은 날을 좋아했습니다. 설날, 추석 명절은 물론이고, 조상들의 제삿날, 김장날, 심지어 동지 팥죽먹는 날까지,, 사람이 모여 함께 나눌수 있는 날이면 모두 좋아했습니다. 어찌보면 어릴때부터 애어른같은 심성이 있었나봅니다.
어제는 초등학생 조카들이 왔는데요, 그들 입장에서 보면 가장 나이많고 맨날 공부만 말하는 무서운 고모이지요. 어제도 오자마자, 씽크대로 불려왔지요. 때마침 저는 딸과 함께 생강을 다듬고 있었답니다. 생강이 어찌나 어리고 부드러운지, 껍질이 부드럽게 벗겨지고 있었어요. 향기도 달콤 쌉쌀하고 좋아서 감기바이러스가 저절로 도망갈 것같이 효능이 느껴졌습니다.
’얘들아, 이 생강껍질을 벗겨바라. 숟가락으로 이렇게 벗기면 돼. 영어단어 하나 암기하는 것보다, 생강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향이 나는지 보고, 특히 너희들이 벗긴 생강이 할머니 김치에 들어가는 것 만으로도 엄청 난 공부인거지. 해볼까??“
무서운 고모의 말인지라, 거절도 못하고 더듬더듬 다가왔지만, 막상 초등 조카들은 한 바가지 가득 담긴 생강을 모두 깔끔하게 다듬어놓았습니다. 중등 조카는 생강을 곱게 찧고, 초등 저학년 조카는 찧어놓은 생강을 할머니 김장 양념으로 전달했지요. 저는 이 풍경을 보는데 어찌나 눈물나게 좋던지요. 사진을 찍고 너무 이쁜 모습이라고 난리를 쳤답니다.^^
엄마의 김장과 겆절이를 받아온 저는 지인들과 수육한판 만들어서 먹기로 했답니다. 딸의 서울행 가방속에는 엄마의 김장이 올라갔고요. 저는 친정동생들의 김장 담는 모습을 폰으로 전송하며, 하루 해를 거두었습니다. 행복이 뭐 멀리 있나요. 순간순간 눈물과 웃음짓는 풍경이 행복이지요. 올 겨울도 엄마김장 덕분에 참 따뜻하겠습니다. 이문재시인의 <우리가 잃어버린 연금술>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