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8 신경림 <눈이 온다>
올해는 세계적인 문학상 수상자에 우리나라 작가의 이름이 나오는 기쁜 해. 노벨문학상 ’한강작가‘ 과 톨스토이문학상 ’김주혜작가‘... 워낙 노벨문학상의 비중이 크다보니 한강작가에게만 스포트라잇이 비춰졌었는데요, 김주혜작가가 받은 상도 러시아 최고권의의 문학상으로 모 방송에서 인터뷰하는 그녀를 보았습니다. 어렸을 때 미국으로 건너갔는데도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글을 써 온 작가는 이번 수상작<작은 땅의 야수들>이 일제강점기 배경의 소설인데도 전 세계가 인정해 주었다는 점이 놀라운 일인 것 같아요. 이제 마흔이 안된 젊은 작가가 6년간에 걸쳐 쓴 대하소설에는 그녀 집안(독립운동후손)과 그녀의 특별한 민족관이 들어 있는 것 같아서 긴 긴 겨울동안 읽어보려고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 새해 첫 머리에 무엇을 하며 벗들과 놀아볼까 하다가, 우리가 명색이 책방과의 인연끈이 있는데... 하며 생각한 것이 ’데일리 톡글방‘개설이었습니다. 흔쾌히 참여할 것 같은 지인들에게 저의 생각 글 하나를 보냈는데, 이내 여덟명이 모였군요. 나이가 들수록 마음의 양식을 가득 쌓아두고 싶은 마음풍선 하나를 제가 ’콕‘하고 찌른 것이지요. 하여튼 매일 대화하며 양식의 글 창고에서 펼쳐질 벗들의 지성(知性)이 기다려지네요.
오늘 눈 소식이 있군요. 어젯밤 한 시간여 아들과 걷기를 하면서 새해 결심속에 ’건강과 비움의 가치‘를 새겨넣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놀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들이 제 아무리 많아도 건강을 잃으면 부질없는 것이 진리입니다. 또 제 아무리 마음 속 열정이 넘쳐나도, 나이가 주는 신호를 간과해서도 안되구요. 정말 ’중용의 원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간들이 다가옵니다. 동시에 어서빨리 대통령 탄핵결정이 이루어져서 나라안밖으로 안정이 되고 결코 소수인 몇 명의 결정으로 국민의 뜻이 크게 어긋나지 않길 바랍니다. 신경림시인의 <눈이 온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눈이 온다 – 신경림
그리운 것이 다 내리는 눈 속에 있다
백양나무 숲이 있고 긴 오솔길이 있다
활활타는 장작 난로가 있고
젖은 네 장갑이 있다
아름다운 것이 다 쌓이는 눈 속에 있다
창이 넓은 카페가 있고 네 목소리가 있다
기적 소리가 있고 바람소리가 있다
지상의 모든 상처가 쌓이는 눈 속에 있다
풀과 나무가, 새와 짐승이 살아가며 만드는
아픈 상처가 눈 속에 있다
우리가 주고 받는 맹세와 다짐이 눈 속에 있다
한숨과 눈물이 상처가 되어 눈 속에 있다
그립고 아름답고 슬픈 눈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