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하얀우산위로 내려 앉는 눈송이가 예뻐서 잠시 걸었는데, 바람 한 점없이 고요한 눈오는 날의 저녁은 운치(韻致)가 더해졌습니다. 밤사이 눈 꽤나 쌓이겠다 싶더니, 아니다 다를까 창 밖으로 보이는 지붕마다 제법 눈이 쌓여있네요. 날이 밝으려면 한 시간 여나 남아서 지금 날 빛 받은 풍경사진을 찍을 수 없는게 아쉽군요, 바로 옆 월명공원 호수 산책길과 말랭이 마을 눈 쌓인 풍경이 정말 끝내주게 이쁠텐데요... 출근길에 발걸음 콕 찍고 가야겠어요.
새벽문자에는 부안지역 대설 주의보가 연신 알람거리네요. 얼마전 갔었던 어느 시인의 고즈녁한 집과 우아했던 저녁 만찬도 생각나고, 무엇보다 채석강의 색다른 변신이 얼마나 장관일까를 그려보면 지금이라도 다시 또 가보고 싶은 마음이군요. 같은 장소를 수 십번 간다해도, 같은 시간인 적이 없을테니, 또 지금과 같은 설경을 사로잡는 행운도 매우 드물터이니...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되는 것은 오늘도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들고 일으킬 응원봉(탄핵봉)의 민주항쟁입니다. 아무리 젊음이 좋다기로 설마 추운 겨울 냉바닥에 앉아서 고생을 자처할 만큼 좋기야 할까요. 미디어를 통해 안방에서 편안하게 청년들의 애국행동을 보고 있으려니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저도 오늘은 선약이 많아 마음으로만 함께 할 뿐이죠.
대통령도 탄핵, 총리도 탄핵, 이제 부총리도 탄핵될까요. 그 비인간들이 정말로 광인병에 걸렸나봅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저리 한번에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제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 이제는 ‘기회주의자’라고 비난 받아도 좋으니, 제발 좀 이 시국에서는 ‘셀프 기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용기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유일하게 광인병에 걸리지 않은 의회와 길거리에서 서서 외치는 수 많은 국민들을 보면서 일말의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헌재가 완전체를 이룰때까지, 대통령 파면이라는 선고가 떨어질때까지 가슴에 뭉친 걱정덩어리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보충수업을 하고, 지인께서 찜짤방을 갖춘 당신의 집으로 초대해주셔서 놀러갑니다. 걱정거리 있으면 잠시라도 수다떨고 풀고 가라는 배려도 숨어있겠지요. 시를 낭송하는 분들과 함께 가니, 제가 기대하는 것은 오늘 같은 설경속에서 그 분들이 펼칠 아름다운 모습이지요. 시시각각 찾아오는 12월의 끝자락. 송구영신을 간절히 재촉하는 이 나라 이 국민들의 응원봉. 임영조 시인의 <12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