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0 나태주 <동장군>
이틀만 눈이 와도 완전 딴 세상, 사람들의 몸동작, 운전모습들이 완전 겸손해지네요. 저를 두고 말씀드리는거예요. 눈길에 혹여라도 넘어지면 흔적이 나도 크게 나는 나이가 되고, 바로 얼마전 까지만 해도 운전에 으쓱하던 제가 이제는 엄청 슬로우하게 다니거든요. 모두를 위해 조심 또 조심해야 되겠다고 매일 아침 다짐해요.
금주시작부터 지인들과 시작했던 ’논어 한구절 익히기‘. 10인이 각자가 읽은 글을 단톡에 올려주는데요, 열 명이다보니 최소 10개의 문구를 매일 읽게 되네요. 다른분들은 예쁜 글씨로 필사도 하고요, 이왕이면 암기도 하면서 책을 읽는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올린 글 이외에 못해도 1개 구절은 받아먹어야지 하는 맘으로 함께 도전 중입니다.
여러 형태의 모임이 있지만, 매일 아침 고전이라는 제목을 가진 글로서 소통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야 말로 정말 모범생같은 느낌이 들어요. 한자를 쓰는 글씨체도 바르고, 선택하는 구절도 딱 맞는 표현이예요. 사람의 무늬가 비슷하려면 서로가 공들인 시간이 필요한 법인가봐요. 중매쟁이인 저만 부지런해지면 만사 오케이인데, 요즘은 계속 늦잠을 자는군요^^
어제 점심은 비타민주사액보다 백배는 더 많은 영양분을 가진 음식, 김치찌개를 만들어주신 지인의 사랑덕분에, 감기기운이 몰려온 남편도, 그 옆에서 사는 저도 다시 건강해졌습니다. 오늘은 기온이 뚝 떨어져 영하 10도이하로 내려간다 합니다. 단단히 옷깃 여매고 다니세요, 하지만 춥다고 너무 답답하게 지내시면 오히려 독감이 몰려옵니다. 이냉치냉이 필요한 적절한 순간을 잘 검색하시길...^^ 오늘의 논어구절 <눌언민행(訥言敏行)> - 군자란 말은 느리고 행동은 민첩해야 한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나태주시인의 <동장군> 들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동장군 – 나태주
동장군은
가녀린 산새들 심장을
쪼아먹고 자란다.
동장군은
흙밑의 숨죽인 풀씨들 신음 소리를
먹고 살이 찐다.
동장군은
가난한 사람들 한숨 소리를 듣고
더욱 용맹해진다.
동장군은
언제나 나이를 먹지않는 미소년의
얼굴을 하고 있다.
드디어 동장군은
보잘 것 없는 우리집 뜨락의 작은 꽃밭에
짚동의 옷을 입고 들어 앉는다.
봄이 올 때까지 동장군은
우리집 뜨락을 떠나지 못하고
섭섭해 한다.
이보게, 우리
오래도록 함께 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