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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봄날아침편지295

2025.2.7 안도현 <대설>

by 박모니카

대학합격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합격소식이라는 게 합격한 경우만 들려올테니, 불합격한 경우의 학생들은 아무 소식도 못 듣겠지요. 합격이야 당연히 축하할 일이지만, 저는 항상 반대편에 선 학생들에게 마음이 쓰입니다. 지금 그 마음이 어떨지 고스란히 전해오니까요.


살아보니, 또 자식을 키워보니, ‘제 때 해야지’라는 말, 삼가고 볼일이다 싶습니다. 그래도 막상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생각하지 못했답니다. 특히 대학시험과 대학 후 사회진출시험에 실패하는 경우, 인생 전체가 실패한 듯한 불안감이 지배하는데요. 이 또한 ‘다 괜찮다. 다시 하면 되는 일 중 하나야’라는 격려가 들려오지 않는 심정 충분히 알지요. 하여튼 합격자에게는 축하를,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괜찮아, 잠시 쉬어가도 돼’라는 소리가 들리는 심장마이크를 전해주고 싶네요.


제 아이들도 올해가 중요한 해라고 느끼겠지요. 아들은 군 사역에서 벗어나 완전한 성인으로 준비해야 하고, 딸 역시 졸업하는 학년이니 다각도로 고민이 많을거예요. 지난주 성당에서 일년동안 타오를 제대초를 봉헌하면서 아들딸의 원하는 미래를 위해 기도했답니다. 제가 할수 일 중 가장 고요하고 평화로운 일, 여느 부모처럼 기도할 뿐입니다.


벽 사이로 들어오는 찬바람소리와 공기방울이 제법 매섭습니다. 밤 사이 여러번 울리는 기상 알람소리를 듣곤 했는데요, 오늘은 빙판길 안전운전을 최우선으로 조심조심 해야겠어요. 다행히 오전수업이 없으니 천천히 운동삼아 걸어다니는 것이 나을 듯 싶고요. 오늘의 논어구절은 近者悅 遠者來(근자열 원자래) -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 자로편 –입니다. 안도현시인의 <대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대설 - 안도현


상사화 구근을 몇 얻어다가

담 밑에 묻고난 다음날

눈이내린다.


그리하여 내두근거림은 더해졌다.

꽃대가 뿌리속에 숨어서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


방안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웠어도 들린다.

너를 생각하면서부터 나는 뜨거워졌다.


몸살 앓는 머리맡에 눈은

겹겹으로 내려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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