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18 곽재구 <새벽편지>
오늘은 5.18 민주항쟁의 날입니다. 대선기간 내에 5.18이 들어온 건 처음이라서 그런지 광주의 행사 전야제는 다른 어느 해보다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영상을 통해 본 민중들의 함성이 하늘을 덮고도 전 우주를 흔드는 것 같았습니다. 광주시민뿐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모여든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포효와 열망... 과거가 현재를 살렸다는 산 증거의 현장, 우리 모두는 대명천지에 진짜 밝은 빛이 들어오는 또 다른 세상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 생각하지요. 광화문 광장의 역사 속에 저의 작은 발자국 하나, 찍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를. 저의 작은 목소리 하나가 투합된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를.... 5.18 때 한 여성의 목소리로 ’ 저희를 잊지 말아 주세요 ‘라고 했던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었을까요. 그런대로 살아가고는 있겠지요. 세월이 약이다 하면서요. 그러나, 역사의 강물이 진정으로 도도히 흐르는 바다에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그런대로‘라는 말은 삼가야 할 말이 됩니다. 지금 대선을 앞둔 시점도 마찬가지, 주권자의 권리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할 때, 진짜 대한민국을 세울 공복들을 잘 뽑아야 할 때입니다.
저의 정원, 월명산의 뒤쪽에, 아니 앞쪽일지도 모를 곳에서 또 새로운 산책길 하나를 발견했지요. 신기한 것은 두 곳 정도의 쉼터들이 있었는데, 어찌 알고 연인들이 선점하고 있는지~~~ 혹여 방해가 될까, 조심스레 마음은 후다닥 돌아 나왔네요. 거리에는 이미 저버린 조팝나무꽃이 아직도 청청히 탐스럽게 피어있고요, 분홍빛 병꽃나무꽃이 동백 떨어지는 듯한 자태를 준비하며 요염하게 반겼습니다. 그 밖에도 산딸나무, 층층나무 등, 아직도 월명의 봄꽃 나무들은 푸른 청춘으로 가기를 거부하며 어린양을 부리고 있는 형국이었네요.^^
마음이 어수선할 때, 이런 산책 길과 말을 나눌 수 있는 벗이 있다는 것은 진정, 행복한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마음 깊은 곳에는 늘 고독하고 외로운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 돌아와서 어른들의 지혜서를 읽다 보면 결국 제가 살아가야 하는 형태가 우뚝 서 보입니다. 오늘은 일요일, 타인을 위한 기도도 절실하지만, 누구보다도 ’ 어떻게 하면 내 삶이 지금보다 더 성실할 수 있을까 ‘에 생각을 모아서 기도하렵니다. 5.18 하면 생각나는 시인 곽재구의 <새벽편지>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5.18 영령들에게...전야제의 한 대목에서 퍼올림.
' 먼저 핀 꽃 길 위에 다시 빛의 꽃으로 피어 났나니, 오월꽃 나비여 빛이 있는 곳으로 나려 앉으소서'
새벽편지 –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건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 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뜨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