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40

2025.5.27 백창우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by 박모니카

대학 3-4학년 때, 나는 어떻게 살았지?라고 생각해 보니 특별한 기억은 떠오르지 않네요. 그냥, 강의 출석에 목숨 걸고, 어려운 전공공부 하면서, 중간중간 팝송 듣고 토플 풀었던 기억 정도. 그때 누군가가 제게 ‘영어를 공부해 봐. ’라고 했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절약되었을까. 참! 먼 길을 돌고 돌아서 영어라는 도구로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이 되었으니 세상사 어떻게 살아갈지, 정말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어제 군산대 영문학과 학생들에게 외국어 습득 교수법 중 하나로 ‘영어동화지도법’을 강의했는데요, 강의료의 일부를 떼어서 도움이 될 만한 동화책을 선물로 가지고 갔지요. 혹시나 제 강의를 듣고 동화수업에 관심을 두고 공부할 학생이 있다면 좋겠다 싶는 맘으로요. 몇 년 전 대학에서 토익을 가르칠 때 보다 동화수업이 훨씬 재미있지요. 보통 주요 대상이 어린 학생들이라 스토리북에 나오는 주인공의 마음과 행동을 멋지게 전달하는 등,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감은 있지만요.


만난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초등학생도 되었다가, 교수자도 되었다가 하는 과정을 겪으며, 제 수업에 잘 응대해 주어서 고마웠고, 재밌게 강의를 마무리했네요. 특히, 읽어주는 동화책에 매력을 느낀 학생들 몇몇이 손 들어 질문도 하고요. 군산에서 동화수업지도법을 배우고 싶으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인생선배의 배려를 전했습니다. 무엇보다, 아주 오랜만에 제 목소리로 읽어주는 에릭칼의 동화작품들이 얼마나 멋지게 들리던지...! 요즘 우리 시와 우리 글에만 미쳐서 살고 있다가, 제 아이들 어릴 때 들려주었던 영어동화책을 다시 읽어본 기쁨. 온종일 행복했습니다.

내일은 대통령 선거 사전 투표일. 지인들에게 부지런히 알려야겠습니다. 중3학생들에게 ‘목요일엔 목숨 걸고 금요일에 1번 금메달 따자!’ 라며 대통령 사전투표를 홍보했더니, 학생들이 웃긴다고, 엄마 아빠에게 꼭 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겨울 내내, 우리가 어떻게 그 동한의 세월을 살아왔습니까. 2번을 달고 나온 군상들을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이해불가하지만, 마귀처럼 나와 파렴치를 보여주는 그들에게 또다시 이 나라의 대통령 자리를 내어주는 우매함... 다시 나올까 너무도 걱정될 뿐입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진보의 발걸음이 아무리 무겁고 느리다 할지라도 이번 만큼은 재빠르게, 확실하게 움직여서 세상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다른 거 다 참는다 해도, 인간의 목숨은 오로지 하나, 총부리를 국민에게 겨눈 인간들이 정치의 주류가 되는 세상만큼은 눈뜨고 볼 수 없는 법입니다. 백창우 시인의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 백창우

이렇게 아무런 꿈도 없이 살아갈 수는 없지

가문 가슴에, 어둡고 막막한 가슴에

푸른 하늘 열릴 날이 있을거야

고운 아침 맞을 날이 있을거야

길이 없다고,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그대, 그 자리에 머물지 말렴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그 길 위로 희망의 별 오를테니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울 수 있지

걸어가렴, 어느 날 그대 마음에 난 길 위로

그대 꿈꾸던 세상의 음악이 울릴테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이제부터 걸어갈 길 사이에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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