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6.8 박성우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제 별명이 홍길동인 양, 길고 긴 여름 하루해가 짧게 느껴질 정도로 즐거운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여행지, 경남 양산에는 우리나라 3대 사찰 중 하나인 통도사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지기로 계시는 평산책방이 있어서, 소위 사찰터와 책방터 두곳을 여행하며 기억에 남을 추억을 가득 안고 왔습니다.
이 행사는 ’(사)천년전주사랑‘에서 주관했는데요, 지역의 인문학, 역사학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시 사랑 홍보대사처럼, 매일 아침 시를 전하다보니, 이 단체의 좋은 분들과 인연을 맺어 종종 행사에 참여하고 있어요. 어제의 여행은 흔치 않은 경우여서, 군산의 제 지인들과 함께 했습니다.
경남도 양산시 영축산(靈鷲山)에 있는 사찰, 통도사는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가 있어 불보(佛寶)사찰이라고 불리우네요. 이 절이 위치한 산의 모습이 부처가 설법하던 인도 영취산의 모습과 통하여 통도사라고도 하고요. 또, 승려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이 계단(戒壇)을 통과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하나 더, 모든 진리를 회통(會通)하여 일체중생을 제도(濟道)한다는 뜻에서 통도사라고 불린다고,,, 해설사님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답니다.
사찰내에는 대웅전, 대광명전을 비롯하여 많은 법당과 암자, 비각, 일주문, 불이문 등의 문, 범종각 등... 대규모(약 600여 칸) 건물이 가득한 사찰이었어요. 전국 사찰 중 유일하게 대웅전에 불상을 모시지 않은 점이나 금강계단을 거쳐 부처님 진신사리에 이르는 길목, 사방이 열린 형태의 대웅전 모습, 그리고 봉발탑(보물) 등은 특별한 해설이 필요했어요. 해마다 봄이 되면 통도사 홍매화가 정말 유명한데요, 매실이 달린 초록매화나무의 기품만으로도 홍매를 봄직하여 사진도 풍성하게 찍었습니다.
이웃하고 있는 평산책방, 문대통령 사저가 바로 위에 있었고요. 저희도 많은 방문객들과 함께 대통령을 기다렸네요. 제가 어디가서 대통령하고 사진 찍을 기회가 있을까 싶어서, 다소 긴 시간도 즐겁게 수다떨면서요.^^ 함께 간 후배가 준비해 온 떡을 받은 대통령께서 떡 나눔도 하시고, 작년에 제가 출간한 이순화 시인의 시집도 흔쾌히 받아주시며 응대하시고요. 사진 찍으려는 모든 사람들의 손을 먼저 꼭 쥐고 함께 사진찍어 주시는 친절함. 눈물나게 참 고마웠습니다. 대통령 곁에서 책방지기 하시는 박성우시인의 가이드도 감사했어요.
군산에서 양산까지의 여행시간이 제법 길었지만, 함께 한 모든 문우들이 즐거워해서 여행동참을 권한 제 맘도 참 가벼웠구요. 제가 조금만 더 마음을 쓴다면 우리 군산도 문학과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반경을 넓히는데, 일조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박성우시인의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 박성우
시외버스 시간표가 붙어 있는
낡은 슈퍼마켓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살구나무를 두고 있는
작고 예쁜 우체국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유난 떨며 내세울 만한 게 아니어서
유별나게 더 좋은 소소한 풍경,
슈퍼마켓과 우체국을 끼고 있는
버스 정류장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아, 저기 초승달 옆에 개밥바라기!
집에 거의 다 닿을 때쯤에야
초저녁 버스 정류장에
종이 가방을 두고 왔다는 걸 알았다
돌아가볼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으나 곧 단념했다
우연히 통화가 된 형에게
혹시 모르니 그 정류장에 좀
들러달라 부탁한 건 다음 날 오후였다
놀랍게도 형은 가방을 들고 왔다
버스 정류장 의자에 있었다는 종이 가방,
안에 들어 있던 물건도 그대로였다
오래 남겨두고 싶은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