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7.4 안준철 <목숨 건 꽃들> <아름다운 협연>
’ 맺을 결(結)‘... 꽃과 초목이 열매를 맺고, 사람과 사람이 약속을 맺고, 일과 일에 끝을 맺고, 눈물과 이슬도 방울져 맺고, 분노로 성근 마음에 매듭을 맺고... 급기야, 하고 싶은 말 줄줄이 다 쓰고, 비록 그 말이 자잘하고 싱겁더라도 ’ 결기로 뭉쳐지는 딱 한마디를 쓰는 것이 시다‘라고 하는 말씀에 " 아 하!! "
하루 종일 이 ’ 결(結)‘자가 머릿속에 남아서 저는 나풀나풀 살랑살랑, 마치 어두컴컴한 진흙 속을 뚫고 올라온 붉디붉은 연꽃 봉우리위에서 양 날개를 비비며 연꽃향을 온몸에 묻혀 놀던 잠자리되어 어제 온 종일을 보냈습니다.
온택트로 근대시인공부를 하는 문우들과 함께 번개팅으로 자리한 곳은 전주 덕진 홍연못. 전주 10여 년의 생활을 이 연못 근처에서 살아서인지 호남제일문을 거쳐 덕진구로 들어갈 때마다, 저의 20대 청춘은 늘 먼저 와서 기다리지요. 어제도 그랬습니다. 게다가 두 분의 시인께서 환대해 주시니, 연꽃 보러 간 처자들의 뛰는 심장은 두 근 반을 넘어 아마도 저울이 주저앉을 정도였지요.
연못에 가득한 홍연의 자태를 각자가 카메라에 담는 동안, ’ 연꽃 사진 잘 찍으시는 안 시인님보다 더 잘 찍고 싶어서 ‘ 앞장서서 걸어갔지만, 역시나, 사진사의 눈높이는 그냥 세워지는 법이 아닌 듯, 맘에 드는 사진을 선보일 수가 없네요. 연꽃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가벼운 절망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함께 간 문우들은 시를 낭독하고, 시 지을 때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고, 대답을 듣고,,, 자리를 뜰 줄 몰라했지요. 문우들의 기쁨은 저의 기쁨. 전주를 뜬 이후 얼마 만에 마주한 연못정자의 낭만인가, 그 옛날 함께 왔던 이는 누구였던가... 혼자 자문자답 하며, 그분들의 모습을 사진에 잘 담아두는 것으로 저의 할 일을 마무리했답니다.
그 어떤 화려한 강연장소도 감히 이런 풍경을 담아낼 수 있을까.., 두 분시인(안준철시인, 김영춘시인)이 들려주시는 시 사랑과 시학에 대한 진담을 소중하게 잘 들었으니, 온택트 강사로서의 책무감이 다소 가벼워지고, 저 역시 룰루랄라 하며 하루를 잘 갈무리했지요. 진심으로 두 분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참고로 전주 덕진 연못 홍연은 그 아름다운 자태로 세인들의 발길을 잡는데요, 이왕이면 아침 일찍 가셔서 갓 나온 햇빛에 비치는 그 맑은 모습을 꼭 보시길 추천하고요, 가신김에 그냥 오지 마시고 정자에 앉아 시 한 편 읽으시면 연꽃잎이 화답하는 소리를 분명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연꽃 시인 안준철 시인의 시집 <꽃도 서성일 시간이 필요하다>에 나오는 시, <목숨 건 꽃들>과 <아름다운 협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목숨 건 꽃들 – 안준철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연꽃 보러 간다
아침에 눈뜰 이유가 생긴 것은
좋은 일이다
고작 연꽃 보러 가는 것이
눈뜰 이유라니?
생을 무겁게 생각하는 이가
던질 만한 물음이다
나는 가벼운 사람이라
연꽃 보러 가는 일에도
목숨을 건다
오늘처럼
안개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 쓰고 자전거를 타고 간다
비바람에 후드득 떨어지는 꽃잎들
연꽃밭에는
목숨 건 꽃들이 많다
아름다운 협연 – 안준철
자전거 타고 연꽃밭에 간다
나는 페달을 밟고 자전거는 달린다
내가 바퀴를 굴리지 않으면
자전거는 달릴 수 없다
내 장딴지 힘으로 동력을 제공해도
달리는 것은 내가 아닌 자전거다
인간과 기계의 아름다운 협연이랄까
우리는 그렇게 한 몸이 되어 연꽃에게 가는 것이다
아무도 다치지 않게
칠월의 연꽃밭은
빨강과 초록의 협연이 한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