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82

2025.7.9 나해철 <엄마 옴마 어무니 말씀>

by 박모니카

연일 불볕더위가 장난이 아니죠...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대로 더위의 위험을 느끼지는 않지만,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면 숨이 ’ 훅‘ 긴장하네요. 여름이 제철다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체감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 누구나 힘들지 싶어요. 팥빙수 한 수저에 더위가 달콤하게 담기고, 옥수수 한 알 꼭꼭 씹을 때 터져 나오는 붉은 화마의 소멸을 보며 왠지 모를 승리감을 느끼는 작은 순간들로 행복했어요.


이럴 때 학생들이 좋아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쌀이 담긴 봉투를 꺼내어 쌀집으로 직행... 맛난 떡볶이 떡 만들어 주세요. 담백 쫄깃, 시원하게 뽑힌 흰 떡을 떡볶이도 해주고 떡꼬치도 해줘야지 하며 들고 오는 저를 보고 아마도 ’ 여름에 발광(發光) 하는구나 ‘ 했을 거예요. 그래도 학생들이 너도 나도 서로 먹겠다고 하니, 그것만 보아도 여름 더위가 쓰악,, 사라지는 듯 기뻤습니다. 뭐 사는 게 대수인가요. 먹자니즘 외치는 대통령 따라 저도 맛나게, 재밌게 먹고 공부하도록 좌판 깔아주는 일이 제 역할 중 하나지요.^^


새벽 5시인데, 다람쥐 후배는 벌써부터 나와서 가볍게 공원을 돌고 있다고 유혹하고요. 저는 동시에 오늘 일을 확인하고요. 어제는 말랭이 마을 어른들과 올해 할 일을 상의하면서, 그분들의 주름살에 손을 얹혀드렸네요. 4년 전 처음 뵈었을 때만 해도 ’참 젊었었는데, 그때는 평균나이가 그래도 칠십 대였는데, 이제는 팔십대로 승격하셨어요 ‘라며 농담도 했습니다. 올해 함께 할 일은 그분들의 시 작품과 인생이야기를 출간하는 일... 아마도 이 일이 말랭이에서 제가 그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 아닐까 해요. 이번에도 어른들께서 잘 도와주실 테니, 재밌게 써봐야지 다짐을 합니다.


콩물 만들어 두었으니, 가져다가 시원하게 마시라는 엄마 말씀. 머리맡에 있는 책 나해철 시인의 <엄마 옴마 어무니 말씀>에 나오는 또 다른 어머님의 얼굴들이 겹쳐지는데요. 불볕더위가 몰아쳐도 그래봤자, 한 두 달... 어찌 우리들이 그에 굴복하리오. 특히 시를 읽고 말하는 사람들은 시 한 구절로 시원한 폭포수를 만들어 내는 능력자들. 나해철시인의 시 한 편 들어보시고, 여름더위도 이겨낼 힘을 주시는 어머님도 생각하는 날...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엄마 옴마 어무니 말씀 – 나해철


어머니!

어무니!

엄니! 라고부를땐

생명의 근원이시고생명을일오키는 모태로서

자비를 구하는 분이라는 뜻이고요

엄마.마마.

옴마! 라고부를 땐 신의부인이고 여신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불가사의한 능력을 지닌 분이라는

의미가 있어요


에미! 라고 하실 때는

끝까지 보살피고 현신한다는 속뜻이 있어요


어머니의 첫발음인

엄 혹은 옴 은

생명의 근원,자궁.싹, 생명력을 말합니다


어머니!

모든 것을 한 몸에 지니셨으니

나의 신이시고 우리의 여신이십니다


엄니!

우리 사는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

전쟁이 없고

가난이 없고

자연 파괴가 멈췄으면 해요

옴니의 자궁 속에서 다시 이 세상이 새로워졌으면 해요


어무니!


우리나라의 경치가 정말 아름다워졌으면 해요

이땅의 정치가 정의롭게 되고

민족이 하나로 함께 살게 되었으면 해요

민족의 역사를 되살리고

웅혼한 민족정신이 다시 충만해졌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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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말랭이모습2.jpg
7.9말랭이모습3.jpg 말랭이마을에 봉숭아 꽃이 가득... 꽃잎따다가 손톱에 봉숭아 물도 들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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