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24

2025.8.20 이육사 <노정기>

by 박모니카

문장의 종류를 말할 때, 보통 단문, 중문, 복문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이 말을 한자어가 아닌 우리말로 바꿔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두두두두.... 이 편지의 끝에 써 놓을게요. 한국어문법용어를 베트남인에게 가르치는 영상에서 나온 이 표현이 새롭게 들렸답니다. 하여튼 인간이 만든 말과 글의 신비로움은 끝이 없어요.

이 신비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문우들이 있음도 참 행복. 특히 그들의 글을 읽고 문법적 맥락적 부분을 살짝 수정하는 일은 큰 공부입니다. 아무리 ’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라고 말하고 실제로 ’ 누구나 글을 쓰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글을 쓰는 일은 결코 쉬지 않습니다.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 작가의 신작 <누구든 글쓰기>에는 이런 내용이 있어요.


- 글쓰기는 쉽다. 글이 곧 삶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므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 반대로 말할 수도 있다. 글쓰기는 어렵다. 글이 곧 삶이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내기 어렵다면 글을 쓰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삶도 글쓰기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는 어려운 글쓰기. 쉽기만 하다면 이 세상에 난무할 수많은 잡글들 때문에 우리의 삶 또한 엉망이 되겠지요. 어렵다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삶이 보이고 그런 희망을 갖는 것이 큰 기쁨이지요. 하여튼 고난이 있어야 결실이 달콤하니까요.


갑자기 이 말을 쓰는데, 제 손가락에 퍼져있는 얼얼함이 더 강하게 느껴지네요. 어제 지인이 준 청양고추를 색다르게, 오래 보관하는 방법을 유튜브로 찾았답니다. 그중 하나가 된장에 깊이 묵혀놓는 법이 있는데, 이왕이면 송송 썰어서(블렌더로 하면 너무 자잘하니, 직접 썰면 좋다기에...) 된장과 잘 버무려놓으면 좋다고 했습니다.


두 시간여 서서 그 많은 고추들을 된장 속, 간장 속, 식초 속에 다 담근 후, ’ 아고고고, 허리 다리야‘하며 쭉 뻗었는데. 막상 저를 괴롭힌 건, 두 손에 물든 청양의 강력한 에너지였답니다. 밤새, 두 손이 아려서요. ’ 참 별짓 다하며 생고생이네. 고추된장을 먹으면 얼마나 먹겠다고 그 밤중에 난리를 쳤든지...‘라는 생각으로 고생한 두 손을 바라봅니다. 하여튼 이런 고생 끝에 나눠먹는 일이 있어야 하니, 언젠가는 지인들과 삼겹 한 점에 이 강력한 절임고추들을 먹어주는 잔치를 벌여야겠다 싶군요.^^


서두에 질문한 문장의 종류를 우리말로 한다면,,, 단문은 홑문장, 중문은 이어진문장, 마지막으로 복문은 무엇이라 표현할까요... 여러분께서도 생각해 보셔서 댓글 주세요.~~ 오늘은 이육사시인의 <노정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노정기(路程記) - 이육사(1904~1944)


목숨이란 마치 깨어진 뱃조각

여기저기 흩어져 마음이 구죽죽한 어촌보다 어설프고

삶의 티끌만 오래 혹은 포범布帆처럼 달아매었다.

남들은 기쁘다는 젊은 날이었지만

밤마다 내꿈은 서해 (西海)를 밀항하는 정크와 같애

소금에 절고 조수潮水에 부풀어 올랐다


항상 흐릿한 밤 암초를 벗어나면 태풍과 싸워가고

전설에 읽어본 산호도珊瑚島는 구경도 못하는

그곳은 남 십자성 南十字星이 비쳐 주도 않았다


쫓기는 마음 지친 몸이 길래

그리운 지평선을 한숨에 기오르면

사궁치는 열대식물처럼 발목을 오여 쌌다.

새벽 밀물에 밀려온 거미인 양

다삭아빠진 소라 껍질에 나는 불어왔다.

머-ㄴ 항구 港口의 노정路程에 흘러간 생활을

들여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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