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h My Life

나이 오십대에 찾아오는 불청객

2021.5.9

by 박모니카

나이 오십대에 이렇게 많은 불청객이 있는 줄을 미리 알았더라면!


어젯밤에도 모 한의사의 건강과 음식에 대한 유투브 영상을 보았다. 그녀의 조언을 듣고 건강에 좋다는 음식이나 운동을 포스트잇에 빼곡히 썼다. 정보 내용이 맘에 들어 ’좋아요‘와 ’구독’ 신청에 당연히 꾸~욱 눌렀다. 어떤 말은 바로 실행에 옮기면서 동시에 남편 아들 딸 모두에게 정보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들은 대로 하자고 강요하기도 했다. 벌써 몇 달째 이런 시청을 하며 들은 바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모범 학생인데 비해 막상 가족들은 심드렁하니 별 관심이 없었다.


자식들이야 아직 젊어서 그렇다 할지라도 동갑내기에 몇 년전부터 뇌질환으로 환자를 자처하는 남편은 의사들의 충심어린 공짜 조언을 잘 들어보면 좋으련만 그냥 방송용으로만 생각하고 귀담아 두지 않았다. 그 행동이 괘씸해서 어떤 때는 내 몸도 아니고 남의 몸까지 신경 쓸 필요가 뭐가 있나 싶다가도, 막상 남편이 아프면 집안의 기둥이 흔들거리는 꼴이고, 보통 큰일이 아니니 살살 달래며 들어보라고 꼬시기도 했다.


구독 신청을 한 이후 새로 올라오는 영상은 핸드폰에서도 알려주었다. 이날의 영상 제목은 ‘중년이후 쉽게 넘기면 안되는 내 몸 신호’였다. 사실 한 두 달 전부터 이유없이 몸이 간지럽고, 약간의 빈혈기가 있어서 드디어 나도 아프기 시작하나, 보약이라도 먹어야되나 라고 생각하던 터였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아직도 마음은 청춘이고, 둘째 아이 낳았을 때 산후증상으로 몸이 부어서 친정엄마가 해주신 한약 한번 먹어본 적을 제외하고 감기 에도 걸린 적이 없다고 말하며 강철 체력을 자부했다.


영상 속의 한의사는 첫째, 둘째, 등의 순서를 조목조목 구령하며 설명했다. 어찌나 설명을 잘 하는지, 영상을 다 보고 난 뒤에도 환청이 들려올 정도로 똑똑하게 말하는 한의사가 맘에 들었다.


“우리 몸이 50세를 넘기면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신체 변화가 무엇인지 여러분은 알고 계시나요? 바로 ‘노화’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의 호르몬이 변화하면 그에 따른 갖가지 질병의 시작하는데요, 오늘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면 안 되는 내 몸의 증상 5가지를 말씀 드립니다.”

그녀의 말은 어쩌면 나를 두고 하는 말인가 싶을 정도로 뭔가 느낌이 와 닿았다.


- 다리에 쥐가 나는 현상, 피부 가려움중, 어지럼증, 추위를 느끼는 증상, 잦은 하품 -


다섯 가지 중에서 무려 다섯 가지 모두가 해당되다니. 저절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옆에서 책 필사를 하고 있던 남편을 재촉했다. 이 영상을 보라고, 당신도 해당된다고.


“당신 들었지. 내가 요즘 이유 없이 간지럽다고. 난 아토피도 없는데 아마도 속에 문제가 생겼나, 간이 해독이 잘 안되나라고 말했었던거 기억하죠? 헉, 난 의사도 아닌데 역시 내몸은 내가 더 잘 알아. 당신은 자꾸 무좀약 갖다가 씻어보라고만 했잖아. 내 팔이 당신 발가락처럼 무좀이 있는게 아니었고만. 그리고 엄마가 50대에 갑상선 암 진단을 받았었지. 먹는 것도 없는데 살은 안 빠지고, 맨날 잠만 쏟아지고, 아마 나도 갑상선에 문제가 있을지 몰라. 유전이란게 있잖아. 또 한 여름에도 맨날 춥다고 나는 전기장판을 끼고 살잖아.”


남편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잘 듣는지 확인하려고 남편 얘기도 꺼냈다.


“그리고 말야, 당신도 요즘, 왜 그렇게 잠만 자는거예요. 여기서 나온말 잘 들어봐요.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근육량이 감소해서 추위를 바짝 느낀다고 하잖아. 당신은 한 겨울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밥 먹던 사람인데, 요즘은 아예 침대에서 내려오질 않고. 그러다가 관절 망가지고, 당뇨도 생기는거지. 또 당신 잠잘 때, 코 골면서 무호흡증 있는거 모르지. 내가 이참에 영상을 찍어놔야겠네.”


정말 속사포 기관총 쏘듯 들은 지식을 하나도 빠짐없이 반복해서 말했다. 들었는지 안들었는지 모를 남편은 ‘응응’ 하며 한마디로 대답했다. 그 사이에 나는 식탁 한쪽 구석에 쌓아놓고 일 년이 다 가도록 먹지 않았던 00제약 비타민1000CC캡슐을 꺼냈다. 은박지를 뚫고 나온 비타민과의 첫 대면은 속이 더부룩할 때, 트림을 이끌어주는 콜라 한잔처럼 시원했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몇 달 전 엄마가 챙겨먹으라고 준 오메가 캡슐, 한 학부모가 주신 콜라겐병, 남편지인이 준 종합비타민제도 있었다.


“이제부터, 당신이랑 나랑, 이거라도 꼭 챙겨 먹자. 나도 나지만 당신 요즘 확실히 늙은거 같애. 남자들 피부가 더 빨리 늙는데요. 당신도 이제 영양크림이랑 자외선 차단제도 꼭 발라야되. 이 콜라겐도 꼬박 꼬박 먹구요, 우리 둘다 시력이 약하니까 오메가3는 더 사야겠다. 이리와서 얼른 이거 먹고, 하루 평균 2리터 정도의 물을 먹어야 돼. 그래야 얼굴이랑 몸이 촉촉하지. 텃밭에 식물들 잘 자라라고 물은 매일 주면서 우리도 이제부터 라도 영양물을 자주 줍시다. 혹시 알아요. 정말 백세까지 살지. 골골하면 애들한테 죄짓는 거야.”


착한 남편은 집안 가득 넘실거리는 내 잔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챙겨준 영양보충제들을 먹었다.

나도 역시 비싼 보약을 먹듯이 맛있게 위장에 채워 넣었다.


오늘도 난 다른 제목의 영상을 보았다. 하지만 주제는 한가지다. 나이 50이 넘어서 꼭 피해야 할 운동이다. 만보걷기를 게으르지 않게 하는데도 체중이 확 줄지 않는 것은 오로지 내 게으름 탓만은 아니라고 위로도 하면서 영상과 친구맺기를 했다. 이제 디지컬 세상에서 별의별 친구들이 별의별 지식을 다 알려준다. 내가 할 일은 오로지 이목구비 다 열고 수족을 부지런히 놀려서 건강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 뿐.


중년건강법 포스터.jpg

- 출처:천안 충무병원 홍보 포스터 -


첨부> https://youtu.be/DVjoqt8bu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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