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17 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푸르고 싱싱한 오이가 붉고 검은 반점이 가득 찰 때까지 저를 기다렸으니... 그것도 넝쿨 밑 가장 아래에 숨어서 타인의 눈에 띌까 두려운 듯 달려 있었어요. 이럴 때 시인들은 어떻게 표현할까, 저들의 마지막 모습에 훨씬 더 근사한 문구하나 달아주고 싶은데, 주인은 오로지 열매 따서 먹는 것만 생각하는 1차적 본능밖에 없음이 왠지 미안했습니다.
오랜만의 텃밭나들이, 무성한 풀들도 치우고 어찌 배추나 무 씨라도 뿌려볼까 하여 둘러보는데, 아직도 푸름과 붉음 쪽쪽한 고추들이 달려있고, 호박에, 가지들이 청청했답니다. 방울토마토 몇 알 따먹다가, 여름 내내 풍작을 안겨준 오이덩굴대를 구석구석 보는데, 쌍둥이처럼 달려있는 붉은 오이를 발견, 그 모습에 순간 놀라고 울컥해서,,, 왠지 감사의 성호라도 긋지 않으면 혼날 것 같아서, 무슨 말인가를 전하고 사진으로 남겼답니다.
한 계절 내내 저를 보양한 작물열매 하나에도 보내는 마음이 이럴진대, 하물며 오랜 세월 저를 믿어주는 사람에게 보내는 마음이야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잘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다’ 해도 좋고, ‘사람은 죽어도 이름을 남긴다’ 해도 좋은 말들을 듣고 싶은 나이가 되었는지, 매사에 사람이나 사물을 바라볼 때 서럽고 미운 감정보다는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들이 더 가득하지요. ”얼마나 살 인생이라고... “라고 말하면서요.^^
특히 고전의 명구들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들이 지배하는 법, 어제도 줌으로 만나는 동양고전 시간에 ‘홍자성의 채근담’을 읽으면서, 사람답게 사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지, 라는 생각에 미치니, 강의시간이 내내 즐거웠습니다. 담당 교수님 왈, 고전을 읽고, ‘자신만의 채근담’을 만들어보는 것, 누가 그 글을 인용했다고 저작권을 내라고 할리도 없으니, 꼭 좋은 글을 새겨보시라, 말씀하실 때, 옳거니 했답니다. ‘나만의 채근담집 만들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미술작품을 보거나, 그 무엇을 해도 텃밭에서 땀 흘리는 노동의 매력과 상응하는 가치를 얻기 위해선 분명 ‘자기만의 영양분’을 만들어 내는 지고한 노력과 지혜가 필요하겠지요. 제 자신 안으로는 시선(視線)의 정직함과 행동의 유려함이 필요하고 자신 밖으로는 사람만이 희망이다 라는 명제를 껴 앉는 나이, 귀가 순해지는 나이를 꼭 기억해야지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오늘도 제1회 봄날의 산책 ‘디카시 공모전’ 홍보와 함께, 이기철 시인의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제목 : 제1회 봄날의 산책 ‘디카시 공모전’
형식 : 군산풍경사진과 시 한 편으로 구성한 작품
(사진 따로 시 따로 보내셔도 좋으나, 가능하면 한 면에 사진과 시를 함께 넣어주세요)
참가인 : 1인 1 작품 (참가비 1만 원, 군산사람, 군산 밖 사람 그 누구나 가능)
응모기간: 2025.9.15. - 10.18
작품접수 : sijiques@naver.com
(접수된 작품은 일절 반환하지 않고 그 권한은 봄날의 산책에 있습니다)
공모결과 : 2025.10.31. 당선자 문자발송
시상내용 : 오름상 1명(부상 20만 원) / 최으뜸상 1명(부상 15만 원)
으뜸상 2명(부상 10만 원) / 버금상 8명(부상 5만 원)
문의사항 : 봄날의 산책 대표 박 모니카 010-3650-1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