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22 목필균 <가을 그림자>
나이가 들수록 두뇌에 들어있는 정보의 양은 늘까요 줄까요. 하루를 산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을 더 보고 듣는 것이니 입력되는 정보의 양은 분명 늘겠지 싶은데요... 아무래도 두뇌에는 포화되는 정보를 거절하는 자동제어장치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하긴, 그렇지 않다면 이미 인류는 멸망했을지도 모르죠. ‘새로운 창조’를 담아낼 그릇이 없으니까요...
아침에 일어나니, 갑자기 어제 무엇을 했는지, 어제가 언제였는지, 한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느낌이 들었답니다. 깊이 생각해 보니, 주말 동안 지나치게 학습, 입력된 어떤 소리의 양 때문이었어요. 일방적으로 듣기 중심의 학습은 마치 전기에서 ‘직류‘와 같은 느낌, 직류의 성질로 만들어진 건전지는 한 번 쓰고 버려지지요. 학습에도 교류의 성질이 필요한데 말이죠.
살아간다는 것은 마치 교류의 성질처럼, 저항도 필요하고 전압도 필요하여, 더 멀리 더 이롭게 뻗어나가야 하는 기제가 필요한 법.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참말이었습니다. 오늘은 잘 비우는 법을 몸으로 체득하는 날이어야겠다 생각 중입니다.
한 여름 내내, 황톳길 밝으며 땀 흘리는 재미에 빠졌었는데요, 지난 일주일 사이, 아침저녁으로 선들거리는 기온이 아침 산책보다는 가벼운 이불깃을 잡아당기게 하더군요. 그러다 보니 일주일의 아침이 후다닥 사라지곤 했지요. 지인이 올리는 꽃무릇 사진은 가을 아래턱에 몽글몽글하게 붉혀주는데, 멀리 서천에 있는 맥문동을 보러 다니면서 풍경의 힘을 받아볼까 했던 맘의 절반이라도 내주어야지 싶군요. 9월 여행 나들이로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을 봤던 기억이 생생하니, 가까이 월명산책길에서라도 만나봐야겠어요...
오늘도 머리는 맑게 비우고, 가슴은 따뜻하게 채우는 날이 되길 바라며, 목필균시인의 <가을 그림자>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 그림자 – 목필균
처서 지나고
폭염을 갉아대던 매미가 사라지면
무리 진 코스모스 속에서 꿈을 찾았는데
해마다 달라진 바람결 때문일까
머리카락 검게 물들이더니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보이더라
나이 따라 보이는 것이 달라지는지
돋아나는 생각은 과거형은 선명해지고
현실은 깜빡깜빡해지는데
여기저기 고장 난 육신이 서러워진다
그래도 말이야. 그래도 말이야
선명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지지고 볶던 젊음은 사라졌지만
의무와 책임이 사라진 집에서
막걸리 한잔할 수 있는 요즘이 좋아
그냥 가을의 그림자를 밝으며
스스로에게 주는 꽃다발을 준비하고 싶어
그래도 잘 살아왔다고
쓰담쓰담 내 어깨를 어루만지며.
사진제공, 박선희문우님
<부록> 잊지 않으셨죠... 봄날의 산책 디카시 공모전... 지금부터 맘에 적어두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