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59

2025.9.24 이해인 <가을의 기도>

by 박모니카

갈참나무 발목에 앉은 9월은

지나가는 행인의 구두 소리를 듣기 좋은 날이다

만나지 못한 사람을 꺼내보며

시절을 차분히 정리해 보기 좋은 날이다


어제 완주군 고산면 고산시장 시그림연구소 <노라>에서 만난 시인, 김헌수 님의 포토시집 <계절의 틈>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가을 페이지에 알록달록 담쟁이넝쿨이 소곤거리는 것 같아서 귀 기울었습니다.


AI가 온 세상을 덮고 있는 세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볼 때, 첫머리에 ‘그림과 글’이 있습니다. 물론 이 창의적 예술분야마저도 AI가 월등하다고 하네요. 하지만 ‘완벽한 실상’이 ‘서투름의 미학’을 결코 이겨낼 수 없다고 믿는 저는, 그림 그리고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참 부럽지요. 김시인은 그 두가지의 재능을 가지고 계신 듯했어요. 게다가 품도 넓어서, 놀러 간 낯선 이, 그 누구라도 금방 무장해제를 시킬 수 있는 엄청난 인덕도 있어서, 참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답니다. 혹시 고산미소시장에 가시면 꼭 들러보시길 바랍니다. 아마도 커피 한잔 내려주실 것입니다.^^


하루가 왜 이리 짧은지요. 머릿속에 할 일의 순서를 저장해 두니, 더욱더 하루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나 봐요. 오늘은 오전 중에 ‘이것만은 꼭 끝내야지’했는데, 뜻하지 않은 봉사활동이 하나 생겼네요. 후다닥 참여하고, 학생으로 돌아와 고등부시험 준비에, 저녁에는 줌으로 ‘박성우시인’을 만나 완독회에 참여하고요. 그런 사이 틈틈이 아픈 지인들이 떠오르겠지요. 저보다 어리거나 비슷한 나이인 분들이 큰 병으로 마음의 상심이 커서,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화살기도뿐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자신의 몸을 살피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법을 놓치지 않길 바라봅니다. 사람의 운명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제 자신의 건강에 부끄러운 흔적은 덜 남기고 싶으니까요. 이왕이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하나를 꼽으라면, 좋은 글 읽고, 쓰면 마음이 평화로워질 것이니, 이 가을에 좋은 시 읽기와 필사를 함께 해보시게요. 이해인 시인의 <가을의 기도>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의 기도 - 이해인


가을이여 어서 오세요

가을 가을 하고 부르는 동안

나는 금방 흰 구름을 닮은

가을의 시인이 되어

기도의 말을 마음속에 적어봅니다


가을엔 나의 손길이

보이지 않는 바람을 잡아

그리움의 기도로 키우며

노래하길 원합니다


하루하루를 늘 기도로 시작하고

세상 만물을 위해 기도를 멈추지 않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발길이

산길을 걷는 수행자처럼

좀 더 성실하고 부지런해지길 원합니다


선과 진리의 길을 찾아

끝까지 인내하며 걸어가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가을엔 나의 언어가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물처럼

맑고 담백하고 겸손하길 원합니다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맑고 고운 말씨로 기쁨 전하는

가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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