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62

2025.9.27 이육사 <꽃>

by 박모니카

인문(人文)이란 무엇인가요. 사전적 용어는 ‘인류의 문화’라고 하지만 모 교수의 책 제목 ‘인간이 그리는 무늬’라는 표현에 더 정감이 갑니다. 인류역사 이래 인간이 만들어 온 셀 수 없이 많은 무늬(문양) 속에 지금의 우리라는 존재도 있습니다. 저는 무슨 무슨 학자도 아니기에 그 무늬들의 종류나 형태를 구분할 수도 없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지요. 이 새벽에 편지를 쓰고 있는 저와 편지의 내용도 이 세상에 존재했다가 언젠가는 사라지는 한 조각의 무늬라는 것을요.


좀 더 학문적이고 고상한 언어로 표기되는 인문학은 인간의 삶을 토대로, 사상, 문화, 가치 등을 다양한 학문분야(문학, 역사, 언어, 철학, 예술, 사회, 종교 등)로 세분화되어 연구의 대상이 되지요. 비록 깊이 있게 학문의 영역에서 다루는 일은 아닐지라도 영어라는 언어로 일상의 무늬를 만드는 저도 어찌 보면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일지도 모르지요.^^


하여튼 어제는 ‘인문학’이란 표현을 살펴 볼일이 있어서, 이런저런 검색과 함께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문‘을 활용해 제가 꿈꾸는 어떤 기획도 해보는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든, 새롭게 생각하고 도전하고 실행하려고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삶의 에너지 파동은 출렁출렁, 마치 학창 시절 배웠던 물리학에서,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는 느낌이라 저는 참 좋습니다.


오늘은 온택트 수업 <근대시인의 시 강독과 글쓰기> 제3기 첫날이어서 편지가 늦게 배달되네요. 이번 3기에서는 이육사 시인을 시작으로 청록파시인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시인과 우리 고장 이병기 시인을 공부합니다. 이미 1기와 2기에서 일제 강점기 시인 8명을 만나보았기에, 회원들의 발제실력이 보통이 아닙니다. 시 한 줄도 못쓰는 제가 물러나야 할 정도가 되었답니다. 종종 이 수업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드릴게요. 오늘은 이육사 시인의 <꽃>을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꽃 – 이육사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맹아리가 옴짝거려

제비 떼 까맣게 날라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 성(城)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보노라

9.27이육사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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