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180

2025.10.15 김현승 <가을은 눈의 계절>

by 박모니카

조화(弔花)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조화의 단수 높이에 따라 고인 생의 높고 낮음이 비치는 듯한 조화들의 행렬. 어젯밤 여수(여천)까지 조문할 일이 있어서 다녀왔는데요, 그곳에서는 2단 이상의 조화를 받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가능하면 장례식에 오는 조화도 그 수를 줄여야 된다, 이런 문화는 허세다 등등 다양한 얘기들이 오고 갔어요. 사람은 없고, 부조의 통장만 남은 시대니, 조화의 많고 적음의 개수야 말로 진정 허세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했네요. 하여튼 오고 가는데만 5시간, 새벽 두 시에 도착했지요. 그래도 눈은 떠지고요... 신기합니다.


계절의 여왕이 오월이라면 계절의 왕은 10월이라는데, 긴 추석연휴 덕분에, 왕이 제 노릇할 시간을 훌러덩 다 뺏기는 허깨비 왕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시월의 왕은 베풂과 아량이 커서 우리들이 하루하루 꼭꼭 씹어 먹으며 좋을 영양제를 주는데요, 벌써 15일이라는 숫자를 보니, 제대로 영양제 먹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시간이 흐르네요.


어제는 오후 수업 전까지 스터디카페에서 콕하며, 원고정리를 했는데요, 아마 오늘도 그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데 하루라는 시간을 240번 이상 나누어도 부족할 자잘한 일들이 산적해 있어서, 정신 바짝 차리고 일을 처리해야겠다 다짐하네요.


게다가 디카시 공모전에 청소년(중학생)을 격려한 모 국어 선생님 덕분에, 어제 3편의 작품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우리 어린 학생들의 작품이 잘 심사받을 수 있도록 긴장하며 정리했답니다. 관심 가지고 학생들에게 홍보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디카시공모마감일이 토요일이었는데,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1일 더 연장하여, 최종 마감일은 10.19(일) 오후 6시로 하겠습니다.


사진을 찍고자 하는 맘으로 아침 산책길에 들어서니, 만물이 모두 사진기로 달려듭니다. 동시에 하고 싶은 그들의 말도 들려옵니다. 중요한 것은 움직여야 한다는 거지요. 몸이 움직이면 마음의 감정도 살아나서 함께 움직이고 싶어 하고, 동시에 기록으로 남기고픈 본능도 춤을 춥니다. 오늘, 당신의 움직임이 기록으로 남겨질 수 있도록 특별관심을 쏟아보세요. 오늘의 시는 김현승시인의 <가을은 눈(眼)의 계절>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은 눈(眼)의 계절 - 김현승


이맘때가 되면

당신의 눈은 나의 마음

아니, 생각하는 나의 마음보다

더 깊은 당신의 눈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낙엽들은 떨어져 뿌리에 돌아가고

당신의 눈은 세상에로 순수한 언어로 변합니다


이맘때가 되면

내가 당신에게 드리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가을 하늘 만큼이나 멀리멀리 당신을 떠나는 것입니다

떠나서 생각하고

그눈을 나의 영혼 안에 간직하여 두는 것입니다


낙엽들이 지는 날 가장 슬픈 것은

우리들 심령에는 가장 아름다운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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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앞 골목길에 감이 주렁주렁... 하나를 따서 먹어보니 떫기는 하나, 어찌나 달던지,, 제가 새도 아닌데, 다 파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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