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6 이용악 <만추>
가을 하면 생각나는 말 목록에 ’ 갈치‘가 올라오겠습니다. 몇 차례에 걸쳐 제 친정어머니 드리라고 남편 벗이 잡아 올린 새만금 은갈치. 어젯밤에도 전화를 주어, 뜻밖에 새만금 소라쉼터에까지 다녀왔네요. 가는 길에 그분이 필요한 낚싯바늘 몇 개 사고 바로 옆에서 호떡도 사고요. 늦은 시간 호떡을 구워주는 주인장과 얘기하는 사이 7080가요는 흐르고, 왠지 늦가을이 그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내리지 않아도 좋을 가을비는 계속 내리고 황금벌판 기다리는 허수아비는 저 멀리에서 외롭기만 하고요. 고1 우리 학생들마저도, ’벌써 11월이 와요 ‘라는 푸념에 함께 한숨을 섞었네요. 어느 학생은 초3 때 만나서 8년째 인연을 맺고 있으니,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를 동감하고 있는 셈이지요. 치즈크래커 나눠먹으며 둘 사이 나이의 장벽을 없애는 대화를 했답니다. AI세상에, 영어독해선생의 가치도 사라질 거라는 푸념도 하면서요.^^
요즘 말랭이 어머님들 시 작품에세이 마무리 중인데요, 끝날만 하면 한분씩, 전화를 주십니다. ’ 내가 어제 이런 시를 썼는데, 책 속에 쓰면 어쩌겄는가?‘라고요. 핸드폰으로 사진 보내기까지 알려드렸더니, 시시때때로 글을 보내와서 저의 일을 잡아끌고 계시네요...^^ 그만큼 당신들의 글 욕심이 생긴 것이지요. 보내오는 글마다 읽어보고, 한 줄이라도 어느 부분에 넣어드릴까 고민하다 보면, 또 마무리를 못하고 하루가 가고요... 그래도 참 보람된 시간입니다. 머지않아 말랭이어머니들과의 인연도 사진액자처럼 콕 박히는 시간들이 오겠지요. 그때에 할 말이 있어서 고맙고 또 고마울밖에요.
오늘도 비소식, 최근에 안부를 전하지 못한 말랭이동네 은행나무를 보아야겠습니다. 그사이 어떻게 살았는지, 노란빛은 오르고 있는지, 어느 해인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서, ’아, 저런 노란빛은 천국에서나 만나볼 것 같은데...‘ 할 정도로 놀랬켰던 은행나무. 그녀의 잎들이 탈고하기 전 풍요로운 노란빛을 왕창 받아 두어야겠습니다. 겨울 어느 날 꺼내어 따뜻한 온기로 글 한 줄 쓸 수 있도록요. 이용악시인의 <만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晩秋 - 이용악
노오란 은행잎 하나
호리호리 돌아 호수에 떨어져
소리 없이 湖面을 미끄러진다
또 하나 ㅡ
조이삭을 줍던 시름은
요즈음 낙엽 모으기에 더욱더
해마알개졌고
하늘
하늘을 쳐다보는 늙은이 뇌리에는
얼어죽은 친지 그 그리운 모습이
또렷하게 피어오른다고
길다란 담뱃대의 뽕잎 연기를
하소에 돌린다
돌개바람이 멀지 않아
어린 것들이
털 고운 토끼 껍질을 벗겨
귀걸개를 준비할 때
기름진 밭고랑을 가져 못 본
부락민 사이엔
지난해처럼 또 또 그 전해처럼
소름 끼친 대화가 오도도오 떤다
새만금 수라갯벌에서 사람과 새와 솟대가 하나로...
말랭이마을 정자의 늦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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