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21 문정희 <가을노트>
‘군산‘하면 떠오르는 풍경... 디카시 공모전을 하나의 일정한 양식에 넣으면서 응모자들이 보내주신 사진과 시를 봅니다. 생각보다 군산에서 알려진 주요 관광지 풍경이 없고,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의 사진들이 많더군요. 원래 기획할 때는 군산의 사계를 담고 싶었는데, 응모자들께서 약간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 제한을 풀고 다양한 관찰 사진까지 범위를 확대해서 그런가 봐요. 저도 역시 이번 행사가 처음이라, 공모전에 대한 진행방식부터 결과 도출까지 많은 것을 배울 것 같아요. ^^
특히 참여하시 분들 중 중학교 청소년들의 작품을 보면서, 내년 디카시에는 학생들만을 위한 응모접수를 별도로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창 시절에 교과서를 통해서라도 읽고, 암송한 시 한 구절이 머릿속에 남아, 책방을 하는 지금의 제가 되었을지도 모르지요. 지난번 북페어 행사에서도 중고등 학생들이 와서, 시인과 시를 좋아하는 모습이 있었는데요. 시를 읽는 것이 수동형이었다면, 시를 쓰는 행위는 살아있는 능동형이니, 그들이 청년, 장년, 중년, 노년이라는 시간을 살아갈 때 분명 큰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해요. 게다가 사진이라는 단서를 가지고 시를 쓸 수 있는 디카시는 학생들에게 매우 유용하고 도전하기에 다소 쉽게 느껴지는 시 쓰기 장르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어제 하루 기온이 뚝 떨어졌다고, 학원에 들어오는 학생들도 호들갑, 멀리 있는 딸도 호들갑... 사실 요즘 겨울이 예전 겨울 답지 않고, 생활의 대부분을 실내에서만 사는 저 같은 사람은 더위도 추위도 별반 느끼지 않고 밋밋하게 살아가요. 계절을 느끼려고 일부러 외출을 할 정도지요. 부모님이 주신 건강 덕분에 이 많은 일의 양에도 지치지 않고 살아가는 걸 보면, 오늘도 제시간에 일어나 이렇게 또닥또닥 컴의 자판을 두드리는 걸 보면 ’기특하다’라는 자찬이 절로 나오네요.~~
조만간 올해 제가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큰 일 하나가 눈앞에서 있어서, 이런저런 걱정으로 머릿속은 맴돌고, 잠도 깊이 못 자는 형편이지만, 신기하게도 매일 쓰는 편지글 하나가 청량감을 주는 비타민같이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오늘은 어디에 가든, 낙엽 밟는 소리가 들려오길 기대하며, 문정희 시인의 <가을노트>를 함께 읽어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드는 것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는 것이지
그리고 이 세상 끝날 때
가장 깊은 살속에
담아가는 것이지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옷을 벗었다
슬프고 앙상한 뼈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