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5 이생진 <낙엽>
떠나는 때를 알고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을 정말 알고 싶어 졌습니다. 가장 먼저 어떻게 무엇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를요. 더불어 고인과의 마지막 인사를 위해 유가족을 맞이하며 의식을 행하는 장례지도사들의 마음도 알고 싶어 졌습니다. 최대의 예의와 말씨를 갖추며, 가족들을 위로하고, 입관을 준비하는 그분들. 단순히 직업인으로서 그 절차를 준비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제 눈에 들어온 것은 꽃 상여를 연상하는 꽃 관이었지요. 극한의 차가운 육체가 꽃 속으로 들어가며, 가족들의 따뜻한 슬픔의 눈물 속에, 고인의 영혼 또한 분명 위로받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장례를 돕는 사람들에게 고마웠어요. ’ 천판‘이라는 용어로써, 관의 문이 덮일 때, 비로소, 이승에서의 문이 닫히고, 저승의 문이 열리는구나... 시동생과 코스모스 밭에서 해맑게 웃으며 뒹굴던 지난날들이 선명하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가족 중에서 가장 많이 사진을 찍었던 형과 형수였던 저희 부부. 보내주는 손길에는 이제 기도만이 남습니다.
오늘은 그를 편안하게 잘 모시고 저의 일상으로 돌아오겠지요. 남은 유가족 중 가장 어린 나이들의 조카들도 대학생이니, 이번 시간을 통해, 그들이 참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봅니다. 남편집 7형제, 제 집 5형제의 자손들이 모이면 그 어떤 어려운 일도 다 혜쳐나가리라는 믿음이 생겨서 저도 참 마음이 놓이기도 하고요.
어쩌다 보니 벌써 5일이네요. 하루하루 날을 세는 습관이 있는데, 요 며칠 날짜 감각을 잠시 잊은 듯... 저는 무진장 바쁜 주간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큰 일을 마무리하고, 오늘부터는 이삿짐도 싸야 하고요. 학생들 기말고사 준비에도 열심히 자료 준비하고요. 디카시 공모전 수상자들을 위한 작은 만남도 만들어야 하고요. 새 집 단장도 들여다봐야 하고요... 할 일이 끝이 없지요. ^^
그래도 그 와중에 노랑 빨강, 단풍지며 툭툭 제 몸을 내려놓는 나뭇잎들의 고결한 탄성소리 한 번쯤은 들어봐야 하는데,,,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다 하는 맘이 자꾸 들어요. 제 맘을 알고 오늘 장지에서 그런 풍경을 만나면 더욱더 축복이겠고요. 마음의 무거운 짐, 훌훌 털어버리는 오늘이 되길 기도할 뿐입니다. 여러분께서도, 무겁게 살지 마시고요, 한 장의 낙엽처럼 늘 가벼웁게, 가벼웁게... 떠나는 가을에게 가벼움을 알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이생진 시인의 <낙엽>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낙엽 – 이생진
한 장의 지폐보다
한 장의 낙엽이 아까 울 때가 있다
그때가 좋은 때다
그때가 때 묻지 않은 때다
낙엽은 울고 싶어 하는 것을
울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기억하고 싶어 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편지에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엽을 간직하는 사람은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