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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00

2025.11.4 채전석 <나비나무>

by 박모니카

초겨울의 맑은 얼굴도 언뜻 언뜻 보이는 늦가을,,, 다른 때 같으면 월명산이라도 올라서 낙엽 주으며, 사진도 찍고, 벗들도 불러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 좋으련만, 시동생을 보내는 마음이 하루사이에 복구되지 못하겠지요. 부모와의 이별은 순서적으로 생각이라도 할 수 있지만, 형제와의 이별은 그렇지 못하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먼저가신 부모님께 시동생의 영혼을 부탁하는 일 밖에 없습니다.

농사짓는 일상이 하도 힘들어서였는지, 놀러다닌 사진 한 장이 없어서 영정사진에 형수인 저랑 찍은 코스모스 밭 풍경으로 대신했네요. 다행히 사촌, 육촌의 형제가 많아서 식구만 찾아와도 장례의 공간이 다복해서 고마웠습니다. 망자의 모습을 보며 소원했던 형제들이 따뜻한 악수를 하는 것만 보아도 얼마나 아름다운 우리 문화인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원 수업도 제 일이기에 돌아와서 앉아있는데, 전화 한 통이 오더군요.

다짜고짜, “나 이번 디카시 낸 중학생 엄마인데요, 그거 누가 심사했어요? 왜 군산사진인지 아닌지 구별도 못하는 사진을 수상작으로 했어요?”


어제 들은 이야기라, 다른 말들은 기억도 안 나네요. 중요한 것은 이 엄마가 심사의 결정에 대해 따지는 말투가 장난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들으면서도, 내가 무슨 죄인인가? 하는 맘이 들 정도였고요. “혹시 어떤 점이 불편 하셨는지 말씀 주시면 제가 2차 3차 준비 시에 참고하여 더 잘 진행하겠습니다”라는 제 말에,,,,

“2차 3차, 그 까짓거 이제 안하죠.”라는 그 비웃음이 아직도 귀에 맴맴 거립니다.

평생 살아오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안쓰러웠습니다.

그래서 그 학생의 작품을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중1학년생인데, 글은 세월의 무상함을 표현했더군요. 누구의 글이었을까요. 그분이 전화한 이유가 확실해지는 이 느낌.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더불어, 행사를 아무리 좋은 뜻으로 해도 이런 전화를 받고, 이유없이 죄인이 될 수 있는 거구나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중학생 참가비 5000원을 돌려주려 했는데, 전화를 딱 끊어버리는 바람에 못 전했답니다.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한 소설가의 질문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배우라 하지만, 뭘 그리 어렵게 배울 것 있나요. 자신을 믿지 않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믿지 않는다는 사실이 진리지요. 하늘에 수 많은 별 만큼이나 별별사람이 많군요. 자신의 일에 이익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온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하죠. ’이익이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의 행위와 마음을요.‘ 참가자들,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작은 기쁨이라도 주고 싶어서 있지도 않았던 ’아차상‘까지 만들어서 ’돈을 쓰는사람‘이 무엇을 가치롭게 생각하는 지를.

인생이 짧고 예술은 길다... 라는 말!! 저는 시간이 갈수록 그 말이 참 말이구나 생각하지요. 혹시라도 이번 공모전에 부당한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언제든지 말씀 주세요. 참가비 돌려드립니다. 단, 수상자들의 작품에 뒷담을거는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으셔야... 하루를 살아도 시읽고 글쓰는 교양있는 문화인이 되십니다~~ 참고로, 저도 해마다 많은 공모전에 글을 쓰지만, 뽑히지 않은 결과에 대해서 단 한번도 심사에 의의를 단 적이 없었고, 주관자의 마음을 의심한 적이 없었는데... 참 안타깝습니다. 오늘의 시는 채전석 시인의 <나비나무>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나 비 나 무 - 채 전 석

은행냐무는 걷고 싶었다

아니 날고 싶은 것이다

잎을 보면 안다

얼마나 날고 싶었으면

잎이란 잎은 모조리 나비로 만들었는지

한 곳에 뿌리 박혀

천년의 고독을 지켜낸 용문사 은행나무

해마다 봄이면 지심 깊은 곳의 물을 길어

가지마다 나비를 길렀다

어느 여름 바람 부는 날

수천의 나비데들이 날아 오르며

허공 가득 날개 짓 하는 것을 보았다

가을이 깊어가고 찬 바람 불자

지쳐 노랗게 말라가는 나비들을

은행나무는 놓아 주었다

하늘 가득 날으는 노랑나비, 나비떼들

이제 잎을 떨궈버린 나무는 빈 가지로 서서

긴 겨울 동안 또 날아 오를 궁리를 할 것이다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자여

힘들다고 쉬이 포기하지 말고, 절망하지 마라

천년을 계속하고도

한 겨울의 칼 바람을 빈 가지로 견디며

아직도 비상을 꿈꾸는

나비 나무가 있음을 안다면...

사진제공, 네이버...올해 찍은 사진이 아니예요... 전주향교 은행나무(올해나무도 꼭 보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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