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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봄날 아침편지199

2025.11.3 안도현 <단풍>

by 박모니카

‘삶‘ 한 글자에는 ’사람과 사랑‘이 있다 하는데, ’죽음‘ 두 글자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요...

사경을 앞둔 지인을 보면서 오랫동안 생각했습니다. 어제 아침엔 후배와 가볍게 산책을 하며 디카시 공모작품에 대해 즐거운 얘기를 나누고... 바로 이어 걸려온 전화를 받고 지인에게 달려갔네요. 얼마전 다녀 온 후로 매일 아침 편지도 보내주고, 그동안 찍었던 사진들도 보내주면서 위로와 희망의 말만 전했는데요. 단 며칠만에, 너무도 안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남편과 이런 저런 얘기하다가 또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이 얼마나 먼 길 이길래, 저토록 긴 호흡으로 이별을 준비하는가. 마음에 무거운 짐을 다 벗어놓고 가려는 몸부림이 그토록 처절할 수 있는가. 도데체 삶의 길과 죽음의 길의 경계는 어디인가.”

귀도 만지고 손도 만지고, 발도 만지고, 하얀 허벅지도 만지고, 그 놈의 암종이 있는 배도 쓰다듬고... 차가워지고 있는 그의 조각들을 저는 만지고 또 만져주었습니다. 혹시라도 제 체온을 느낄 수 있으려나 해서요.

이별은 이렇게 참담하고 슬픈 일 입니다.


산소포화도의 수치는 자꾸 내려가고, 혈압도 자꾸 떨어져 아무리 승압주사를 놓아도 올라가지 않는다고 간호사는 말하고요. 그럼에도 환자의 의식이 남아있어서 다른 방도를 취할 수 없다 하니, 계속 이름을 불러주면서 기도했습니다. ’당신 인생 너무도 야속하게 짧습니다. 고된 삶이었을지라도 행복하셨기를 ...‘

일주일 전만 해도, 우는 저에게 말했지요. '형수, 애기간디 울어? 애기나 우는거여. 복숭아 밭이 걱정이네.'


이 지인은 남편의 동생입니다. 시댁 과수원 농부로서 해마다 복숭아 꽃이 피었다고, 형수는 꼭 와서 사진 찍고 글도 쓰라고 했던 동생. 올 8월도 자두 다 익었다며 따다가 먹으라 해서, 철없는 형수는 열심히 자두 따라 갔었지요. 그때도 배가 아프다고 했었는데, 귀 담아 듣지 않았던 지난 시간이 너무도 야속합니다. 입원한지 이제 한달인데 이렇게 이별을 고할 줄 알았다면 사다리 올라가서 자두 따 달라고, 철없이 굴지 않았을 것을요. 너무나도 미안해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습니다. 마치 붉어질대로 붉어져서 울어도 더는 소용없을 정도의 단풍잎처럼요. 이제 누가 있어서 봄동산에 도화 피었다고 저를 부를까요. 사랑하는 동생의 명복을 빕니다.

안도현 시인의 <단풍>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단풍 – 안도현


보고 싶은 사람 때문에

먼 산에 단풍

물드는


사랑

사랑합니다. 나는 당신의 생일만을 기억할께요. 형균님과 같은 날. 아프지말고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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