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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09

2025.11.13 샬롯브론테 <인생>

by 박모니카

일곱 사람의 손길 덕분에 제 일상의 공간이 순간이동을 했습니다. 3년 전 52평의 아파트를 채우던 물건들을 21평으로 옮길 때는 ‘작게 살아보기 실천’이라는 주제를 부여했어요. 그렇게 옮겨진 엄청난 물건들, 포장이 뜯기지도 않은 채 잠자고 있다가... ‘아푸푸’ 하며 숨구멍을 열자마자, 모두 재활용 및 쓰레기봉투에 담기는 설움을 당했답니다. 게다가 모니카의 쌀쌀한 눈초리를 받으며 버려지기도 했지요.


편지를 받은 지인들께서, 새 공간에 대한 희망을 저보다 더 크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생 새 아파트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저는 친정엄마의 근심을 안고 있었지요. ‘깨끗한 곳에서 살아봐라. 학원장이 사는 것이 그게 뭐냐...’등... 그래서 2년 전부터 새 아파트에 관심을 가지고 살아오다가, 갑자기 지난 여름 마음을 바꾼 거예요. 평균 3억, 4억이 넘는(32평 기준) 새 아파트에 사느니, 땅과 가까운 주택에서 노년의 삶을 살아보기로요.

새 물건보다는 옛 물건에 대한 애정이 강한 지라... 게다가 월명산 자락 아래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확신으로 작은 주택을 사고야 말았답니다. 아쉬운 점은 정원이 좁아서 풀과 꽃이 있는 풍경을 예쁘게 꾸미지는 못 만들지만, 감나무 한 그루가 우렁차게 서 있으니, 누군가 감나무집이라고 불러줄 만하지요.


지금부터 약 20여 일 동안 열심히 정리를 위한 일념... 살림정리도 하고, 거실에 작은 책방 공간 하나 만들면서, 새로운 인연들과 오래된 인연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겠습니다. 서둘러서 되는 일이라면 그렇게 하겠지만, 얼마 전 시동생의 죽음을 보면서, 인생사, 서두를 필요도 없고, 욕심부릴 일은 더더욱 아니기에 살망살망 다니면서 깨끗하게 단정할까 해요. 그러면서 2026년 새 계획을 위한 엔진이 머릿속에서 부지런히 가동되겠지요.


하여튼 한 고비 넘어온 파도를 벗 삼아 저 미지의 푸른 봄날 바다 위에 서 있네요. 즐겁게 흥얼거리며 노를 젓는 작은 배 주인이 되어볼 것입니다. 이왕이면 그 배 안에 누군가와 함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아요... 함께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모니카를 만나면 이렇게 말하도록 노력도 하고요.


“모니카를 만나면 행운복권 한 장 얻는 기분이야” 라구요...^^

오늘은 영국시인 샬롯 브론테의 <인생>을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인생 - 샬롯 브론테·


인생은, 정말, 현자들 말처럼

어두운 꿈은 아니랍니다

때로 아침에 조금 내린 비가

화창한 날을 예고하거든요

어떤 때는 어두운 구름이 끼지만

다 금방 지나간답니다

소나기가 와서 장미가 핀다면

소나기 내리는 걸 왜 슬퍼하죠?

재빠르게, 그리고 즐겁게

인생의 밝은 시간은 가버리죠

고마운 맘으로 명랑하게

달아나는 그 시간을 즐기세요

가끔 죽음이 끼어들어

제일 좋은 이를 데려간다 한들 어때요?

슬픔이 승리하여

희망을 짓누르는 것 같으면 또 어때요?

그래도 희망은 쓰러져도 꺾이지 않고

다시 탄력 있게 일어서거든요

그 금빛 날개는 여전히 활기차

힘 있게 우리를 잘 버텨주죠

씩씩하게, 그리고 두려움 없이

시련의 날을 견뎌내 줘요

영광스럽게, 그리고 늠름하게

용기는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을 거예요.

사진제공, 안준철 시인의 강천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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