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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237

2025.12.11 김재진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by 박모니카

산 윗마을에 사는 사람이 아랫마을에 사는 것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답니다. 가난해서 아랫마을에 집 얻을 돈이 없어서 산 위로 오르고 또 올라가며 주거촌을 형성하며 살았던 말랭이 마을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지금이야, 산 위로 하늘보다 더 높이 첨탑을 쌓으며 하늘세계와 소통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지나칠 정도이지만 말입니다. 말랭이마을 역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희귀한 마을형태가 되었고요.


그럼에도 말랭이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아랫마을을 부러워합니다. 뭐 하러 좁디좁은 곳에서 방 얻어 사느냐고, 아래로 내려와서 책방을 연 것은 천 번 만 번 잘한 거라고 칭찬하시죠. 당신들 보시기에는 반듯한 평지 위,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글방도 열었으면 좋겠다고도 하시네요. 말랭이 생활 4년을 꽉 채우며 저는 참 행복했는데요. 앞으로도 그 행복 잠시 더 빌리며, 어머님들과 같이 놀고 싶다 말씀드렸는데, 어른들은 무조건 아랫마을이 좋다고만 하시네요.^^


오픈 후 며칠 동안 새 책방에 있어보니, 어른들 말씀대로, 오고 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긴 하네요. 책 구매와는 무관하지만, 아무도 올라오지 않는 날이 많았던 지난날들보다는 확실히 약간의 변화가 있고요. 책방에 유용하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챙겨주시는 지인들의 물건들. ’ 사물의 쓸모‘라는 책이 다시 보고 싶어 져요.

어제도 원목의자에, 손수 뜨개질한 알록달록 수세미, 거울 등을 주신 분이 계셨죠. 수세미는 너무 예뻐서 물 묻히기가 아까울 정도,,, 수고한 지인들과 나누고 책 구매자에게도 1개씩 선물하기로 했지요. 책방의 주인들이 많아지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이 행복이 오래 지속되도록 제가 무진장 노력할게요... 오늘은 시낭송 잔치에서 강리원 낭송가가 들려드린 김재진 시인의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 김재진


문이 닫히고 차가 떠나고

먼지 속에

남겨진 채 지나온 길 생각하며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얼마나 더 가야

험한 세상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고

건너갈 수 있을까


이름만 불러도 눈시울 젖는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는

얼마나 더 가야

네 따뜻한 가슴에 가 안길까


마음이 마음을

만져 웃음을 짓게 하는

눈길이 눈길을

만져 화사하게 하는

얼마나 더 가야 그런 세상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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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그리움3.jpg 김재진 시인의 시를 들려주는 강리원낭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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