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6 김용택 <사랑에 대하여>
젊은 날, 경기북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곳은 평균 기온이 낮아서 4월에도 종종 눈이 내리곤 했었어요. 어젯밤 내리던 비가 입자가 굵어지더니 싸락눈으로 바뀌더니, 밤새 마당에도, 감나무에도 제법 쌓였군요. 삼월 하늘 아래 눈 밥쌀 먹은 감나무 보기 쉽지 않아서 사진부터 한 장 찍었네요.
지구의 한쪽에서는 유혈전쟁으로, 또 다른 한쪽에서는 주식전쟁으로 난리입니다. 나이 든 노인이신 엄마도, 이란 어린이들의 죽음을 보고 ’도대체 왜 전쟁을 한다냐. 그 어린것들이 한꺼번에 다 죽었더라. 우리 인공(한국전쟁) 때도 그랬는디. 군인도 아닌디 왜 학교에 폭탄을 던진다냐.‘ 등을 말씀하셨어요. 하루 종일 TV 뉴스 시청이 당신의 주요 일이니, 저보다 저 세계정세를 잘 듣고 보고 계시지요.
엄마 말씀이 생각나서 오늘 새벽부터 뉴스를 들었는데, 들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져 길게 듣지 못하고 끄게 됩니다. 뉴스 자막 중 하나가 ’ 천궁 보내 주‘라고 쓰여 있었는데요. 우리나라 대표적인 무기의 이름이어서, 더 그랬습니다. ’ 우리도 저절로 전쟁에 참여하는구나. 우리도 그 살인현장에 발자국을 찍는구나 ‘ 싶어요. 갑자기 전에 읽었던 소설 <롱빈의 시간>이라는 베트남전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하고, 하여튼 마음이 갈 길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금요일이죠. 어제는 경칩(驚蟄)인 줄도 깜박. 그래서 개구리 깨어나라고 비 오고 눈도 오고 그런가 봐요. 요즘 같아서는 개구리까지 걱정할 일이 아니라, 제 머리를 깨트릴 겸 ’ 경칩‘이 다시 건너오면 좋겠군요. 오늘은 봄동비빔밥을 만들어서 점심을 먹을 예정인데요. 어제 텃밭동무가 학원에 봄동을 놓고 가셨어요. 인문학당 회의도 있고 해서 그분들께 맛있는 비빔밥 드리고 싶군요. 편지 독자님들 모두와 함께 나누지 못해서 쏘리쏘리~~ 여요. 김용택시인의 <사랑에 대하여>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사랑에 대하여 – 김용택
바람에 대해서
아침 바람과 저녁바람과
때늦은 봄바람의 꽃샘추위에 대해서
몰려다니는 여름 구름에 대해서
햇살에 대해서
비와 눈과 서리와 이슬에 대해서
느티나무 단풍과 팽나무 새싹과
앵두나무 우물가에 앵두 같은 입술에 대해서
봄맞이, 냉이, 광대살이, 씀바귀,
개불알꽃들에 대해서
가을 노란 산국에 대해서
산수국꽃에 앉은 부전나비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기억하고
그 꽃들이 피고 지는 날에 대해서
그 유일무이했던 날들에 대해서
그런 것들로 사랑을 예감하고
사랑을 나누던
풀밭에 바람을 잡고
이별을 통보하고
앉아 울고
금이 간 두 손을 잡고
울고
사랑은 가고
그 사랑에 대하여
홍보> 시낭송가 윤혜련님께서 이런 행사도 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