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봄날 아침편지 343

2026.3.27 신경림 <씨앗처럼 나무처럼 열매처럼>

by 박모니카

어떤 사람의 말이 듣기에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말속에 위트와 공간의 미를 넣을 줄 아는 사람의 말이 좋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인문학당에 오신 어떤 선생님의 말이 생각나네요. 중국 보이차를 드리는데, 나는 ‘걸차(girl tea)를 마시고 싶다’ 하시고, 한시를 낭독하는 것이 어렵다 하니, ‘한시(漢詩)는 한 시(時)에 읽으면 좋다’하셔서 책방지기인 후배와 배꼽 잡고 웃었지요.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제가 이 아침에 이 말이 다시 생각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웃긴 아재 개그였음이 틀림없습니다.

말과 글은 그 사람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과 글을 포장하여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도 부지기수로 많지요. 하지만 그 사람의 평소 행동을 보면 그 말과 글의 무게가 진정 얼마인지를 알 수 있는 경험과 나이는 되었지요.^^ 특히 단체 활동에서의 모습은 한 사람 고유의 가치와 역량을 저절로 알 수 있게 하는데요. 좋은 사람 만나고 싶으면 좋은 단체에서 만나보는 것처럼 빠른 길, 정확한 길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군산인문학당은 참으로 좋은 단체, 가치 있는 사람들의 연대의 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까치들이 감나무에 와서 잠시 놀다 가네요. 요즘 책방 대문 앞에 줄줄이 화분을 놓았더니,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눈길 한번 주고... 그러다 보면 이곳이 뭐 하는 곳인가 하고 들어와 보시겠지요. 어제 아침에도 동네 분이라고 노부부가 들어오셔서 둘러보고 가시면서 또 오겠다고 했지요. 저는 오늘부터 이 골목 상가들의 단합 겸, 동네 알리기를 위해 ‘프리마켓’을 준비합니다.


이곳의 주소가 ‘구영 1길 65’인데요, 행사 제목으로 ‘구영길로 구경 오세요’라고 하려 했더니, 후배가 한술 더 떠서 ‘어영구영 구영길로 구경 오세요’라고 더 멋진 힌트를 주네요. 이 동네 사람으로 정착하기 위한 일종의 씨앗 심기에 들어가는 거죠. 옆 상가 대표들과 주요 내용을 상의, 동네 시의원과 동장에게 행사 알리기 및 협조 요청, 포스터 만들기, 부스에 나올 팀 섭외 등... 할 일이 제법 있군요. 첫 행사라서 매우 소소하게 한 10팀만 꾸려볼까 합니다. 바로 옆 골목까지 관광객이 부산스러운데, 이 골목은 매우 조용해서 한번 기획해 보는 거예요. 정확한 내용 나오면 다시 홍보할게요.^^


요즘 금값이 어떤지,,, 금요일을 금보다 더 빛나고 가치롭게 활용하시길 바라며 신경림 시인의 <씨앗처럼 나무처럼 열매처럼>을 들려드릴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씨앗처럼 나무처럼 열매처럼 - 신경림

씨앗처럼 우리는 곳곳에서 왔다

어떤 이는 배를 타고 오고

어떤 이는 기차를 타고 왔다

버스를 타고 온 이도 있고

먼먼 길을 걸어서 온 이도 있다


서로 모양도 다르고 빛깔도 달랐지만

이곳 동산에 모여

같이 얼굴을 맞대고

나무처럼 푸른 꿈을 키우고

하늘을 향해 힘껏 팔을 뻗었다

서로 닮아가면서

온 몸에 빛나는 잎을 다는 법을 배우고

탐스러운 과일로 몸을 장식하는 힘도 익혔다

햇살이 찬란히 빛나는 어느 봄날

제법 익었다고 알았을 때

마침내 우리는 다투어 달려 나갔다

어떤 이는 바다를 건너고 어떤 이는

대륙을 가로 질렀다

옛날에 왔던 길을 되짚어

그리운 고장으로 돌아간 이도 있다

낯선 고장을 찾아가

새로운 꿈을 심은 이도 있다


여름이 오고 다시 겨울이 가고

이렇게 세월은 흐르는 동안 우리는

땅에 튼튼히 뿌리박은 고목이 되었다

철따라 꽃과 잎과 열매를 자랑하기도 하고

추운 겨울날 눈비를 맞받아 이겨내면서

꿈 많은 아이들을 별나라로 이끌고

지친 이웃을 위하여

그늘이 되어주었다

봄이 오고

다시 가을이 가고


이제 우리들 모두 여기

나무처럼 서 있다

빨간 열매로 열린 우리들의 삶

되돌아보면서

씨앗으로 모였던 옛날을 그리면서

씨앗처럼 나무처럼 열매처럼

연지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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