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11

2022.4.28 권진희 <아랫목 밥그릇>

by 박모니카

때론 별것도 아닌 것이 신비롭게 느껴질때가 있지요.

밥그릇이 그렇습니다.

그릇이 아닌 포장지로 대체된 현대사회의 밥문화.

밥은 반드시 그릇에 담아 먹어야 복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엄마를 닮지 못하고 삽니다.

평범한 물건에서도 신비로움을 얻는 지혜가 있으면 좋겠어요.

사소하고 하찮은 것일지라도 그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나날이 되고 싶어요.

하루를 사는 힘을 얻을 수 있게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오늘은 권진희 시인의 <아랫목밥그릇>중 일부를 들려드릴께요.


아랫목 밥그릇 - 권진희

이불 밑 아랫목 자리는 늘 밥그릇 차지였다.

코로 들어오는 우풍(外風)에 잠이 깨어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쓰던 겨울밤

자다가도 행여 걷어찰까

뒤채는 잠자리는 어머니는 밥그릇과 함께 다독여주었다.

눈 쌓인 골목길에서 강아지처럼 뛰놀다

방안으로 뛰어들어 언 손 녹일 때도

하얀 쌀밥 꾹꾹 눌러 담은 밥그릇에는

연탄불 노오란 온기가 고여있어서

두 손 가득 감싸 쥐면 한겨울이 시리지 않았다.

그해 겨울이 다 가도록 집 나간 아버지는

한 번도 그 밥그릇 열어보시지 못했지만

뚜껑을 열면 뽀얀 물방울 똑똑 떨어지던

그 밥 나눠먹으며 우리들은

기다림의 빛깔을 배웠다.

4.28아랫목밥그릇.jpg

가장 찬란한 때를 기다린 벚꽃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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