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8 박재삼<가난의 골목에서는>
말랭이마을 어른들과의 만남이 종종 있지요. 그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옛시절과 함께 나오는 말이 있어요. ‘가난해서 학교가 뭐여? 공부할 돈도 책도 없어서 세상눈을 못뜨고 살았제’ 요즘 세상에 가슴 아픈 말입니다. ‘어머님들, 제가 도와드릴께요. 어머님들은 그림 그리고, 들려주신 말씀을 제가 글로 써서 책으로 만들께요.’ 화들짝 놀람 속에 평생의 한을 푸는 실타래가 보였어요. 오늘은 박재삼시인의 <가난의 골목에서는>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가난의 골목에서는 – 박재삼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되고 바다에나 가는 것이 아닌 것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숨소리는 달이 하는 빗질에 빗어져, 눈물 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이다.
말랭이마을 골목에 널어진 흰광목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