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9.6 정지용 <비>
밤새 거대한 ’태풍의 눈‘ 아래서 잠을 청했습니다. 태풍의 진로가 남쪽(제주, 부산, 경남 등)으로 치우쳐 있어서 그럴까요? 책방이 다소 높은 곳인데도 불구하고 비바람이 약하네요. 5시 현재 군산 및 전북을 바라보는 태풍의 눈이 조금은 유순하지만 태풍이 직접 닿는 지역은 그 피해가 상당하고 적어도 내일까지 물 폭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뉴스가 계속입니다. 해마다 추석 때면 크고 작은 태풍이 있지요. 특히 다 자란 벼와 과실의 피해가 크지요. 고기잡이 업으로 평생을 살았던 부모님은 늘 말했어요. 태풍이 바다를 휩쓸고 가면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요. 해류의 방향이 달라져 물고기들이 더 많이 잡혔다고 합니다. 모쪼록 태풍의 눈이 자비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그 무엇도 불필요한 존재는 없으니까요. 쌍심지를 켜고 우리 인간의 삶에 불안과 걱정의 도화선으로 다가온 태풍의 마음이 풀어지길 간구해보는 아침입니다.
오늘은 정지용 시인의 <비>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비 – 정지용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 하야
꼬리 치날리여 세우고,
죵죵 다리 깟칠한
山새 걸음거리.
여울 지여
수척한 흰 물살,
갈갈히
손가락 펴고.
멎은듯
새삼 돋는 비ㅅ낯
붉은 닢 닢
소란히 밟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