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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편지141

2022.9.5 나태주<선물>

by 박모니카

어제는 다가올 태풍에 산말랭이 책방이 날아갈까 봐 책방을 지켰지요. 덕분에 오랜만에 한시 관련 책을 읽던 중 연암 박지원의 <영처고서>의 일절에 나온 말이 눈에 띄었어요. - 옛것을 기준으로 지금을 보면 지금이 진실로 낫다. 그렇지만 옛사람이 스스로를 볼 때 반드시 자신이 예스럽다 여기진 않았을 것이다. 당시에 보던 자도 또한 지금 것으로 보았을 뿐이리라. 세월은 도도히 흘러간다. - 지금 사람도 아닌 300여년 전 학자의 말을 생각해 보았어요. ’옛날은 그때의 지금이었을 뿐이다. 지금은 훗날의 옛날이다.‘ 현재에 충실하면 그것이 훗날의 마중물이 된다는 얘기겠지요. 어제가 오늘 되고, 오늘이 내일 되게 하는 비결은 오로지 ’현실에 충실하라‘ 오늘과 내일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으려면 ’바로 오늘‘ 성실하게 살아보는거죠. 아무리 태풍이 온다 해도요. 오늘의 시는 나태주 시인의 <선물>. 봄날의 산책 모니카.


선물 - 나태주


나에게 이 세상은 하루하루가 선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밝은 햇빛이며 새소리,

맑은 바람이 우선 선물입니다.


문득 푸르른 산 하나 마주했다면 그것도 선물이고

서럽게 서럽게 뱀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

강물을 보았다면 그 또한 선물입니다.


한낮의 햇살 받아 손바닥 뒤집는

잎사귀 넓은 키 큰 나무들도 선물이고

길 가다 발 밑에 깔린 이름 없어 가여운

풀꽃들 하나 하나도 선물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지구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지구에 와서 만난 당신,

당신이 우선적으로 가장 좋으신 선물입니다.


저녁 하늘에 붉은 노을이 번진다 해도 부디

마음 아파하거나 너무 섭하게 생각지 마셔요.

나도 또한 이제는 당신에게

좋은 선물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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