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157

2022.9.21 도종환<새소리에 지는 꽃>

by 박모니카

빛이 찾아오는 시간이 나날이 늦어지네요. 어제 보았던 새벽의 모습도 기다려야 볼 수 있어요. 오감의 힘을 빌려 새날의 빛을 모으려는 저와 달리 저 새들은 부지런하고 영민합니다. 저들은 무슨 얘기를 할까? 궁금하지만 그냥 소리로만 들리네요. 요즘 읽고 있는 책 <오직 독서뿐-정민지음>은 옛사람 9인의 독서법을 들려주는데요, 밥 먹듯이 읽고 숨 쉬듯이 읽었다는 그들의 지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새 소리를 듣자니 허균의 <한정록>에 나왔다는 구절이 다시 새겨깁니다. -솔바람소리, 산새소리, 거문고소리, 비가 섬돌에 떨어지는 소리, 차 달이는 소리 등은 모두 소리 가운데 지극히 맑다. 그러나 낭랑하게 책 읽는 소리가 가장 좋다- 생각해보면 소리내어 책 읽는 일이 많지 않아요. 학생들에게는 소리내어 읽어야 오래 기억되어 자기 글이 된다 말하면서도 막상 저는 눈으로만 읽어요. 새벽의 빛을 기다리는 마음의 소리를 들려주었더라면 아마도 새들의 얘기도 들을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도종환시인의 <새소리에 지는 꽃> 봄날의 산책 모니카.


새소리에 지는 꽃 - 도종환


어제는 바람 때문에 꽃 지더니

오늘은 새소리에 꽃이 지누나

매화꽃 떨어진 위로

바람 소리를 잘게 잘게 썰어서

내려보내는 새 몇 마리

기와지붕 수막새 사이 오가며

그네처럼 목소리 흔들어

땅에 보내는 새 몇 마리

어제는 바람 때문에 꽃 지더니

오늘은 새소리에 꽃 지누나

9.21꽃무릇1.jpg 어제와 다른 월명산 꽃무릇 빛, 햇볕 한줌 잡아 꽃잎에 놓아주니 나를 바라보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