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1 박인걸<가을향기>
시월이 시작되자마자 두 번의 연휴가 있다보니 시간이 더욱 빨리 지나가네요. 눈 한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들판, 나뭇잎, 하늘빛, 꽃잎, 사람들 옷 빛, 심지어 까치 옷 빛까지 눈에 담겨지는 색깔이 무거워졌어요. 더 노랗게, 더 빨갛게, 더 갈색, 더 검은색으로요. 무성하게 자라던 책방 앞 팽나무도 이제는 거칠어진 피부가 서러운지 제 모습을 떨어트리기 바쁘네요, 몇 장을 주워서 하얀 천 위에 놓고 보았습니다. 책방의 마스코트(mascot)처럼 있으면서 오고가는 사람들 좋은말 안 좋은 말 다 듣고 참아겠지요. 수고하고 짐 진 자가 되었으니 이제는 쉬고 싶겠지요. 가을낙엽을 보면 인생사 조락(凋落)의 서글픔을 비유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다시 생기가 오릅니다. 쉼터는 샘터가 되고, 쉴 시간은 새 시간을 준비하는 거라구요. 내려놓아야 채워지는 이치를 잘 알고 있는 자연의 지혜 나무입니다. 우리도 닮아볼까요.
오늘의 시는 박인걸 시인의 <가을 향기>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가을 향기 – 박인걸
들에는 곡식이 익고
산에는 열매가 익고 있다
강에는 수초가 익고
하늘에는 노을이 익는다.
나뭇잎 풀잎
하다못해 바위틈의 微草까지
가을에는 온통 익는 것들뿐이다.
익다가 그만 익지 못하면
익지 못해 시들까봐
일시에 떠나야 하는
받아놓은 그 날을 향해
서둘러 익어야 하는 애틋함이여!
익어가는 것들은 향기를 뿜고
시드는 것들은 악취를 뿜기에
앞 다투어 익으려는 몸부림이여!
하루가 다르게 익어가는
그대와 나의 모습에서
고운 향기가 솔솔 풍겨야겠지
사랑하는 그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