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18 천양희<단추를 채우며>
군산의 바닷바람은 가을 위에 누워 노래하며 위안을 찾는 우리들을 놀래킵니다. 요근래 부는 바람으로 플라타나스, 은행잎들이 거리에 흥건하네요. 어제는 학생들에게 영어속담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을 말하며 어려움 뒤에는 반드시 즐거움이 있으니 열공하자고 했지요. 사실 이 말은 제가 새겨야 할 말입니다. 쏟아지는 일, 얽혀드는 사람들, 그에 따른 감정배출의 조절미숙으로 큰 흐름이 깨진듯한 시간들.
“당신, 커피한잔 할랑가. 좀 더 자고 일어나서 쓰지 그런가.”
남편의 부드러운 말 덕분에 마음을 다잡습니다. 좋아하는 시 목록을 보니 바로 제 마음을 대변하는 글이 보이네요.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중용의 구절 ’言顧行行顧言(언고행행고언)‘이라, 첫 마음으로 되돌아갈 때는 미련없이 주저없이 해야겠습니다.
천양희 시인의 <단추를 채우면서>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