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14

2022.11.17 김영무<김장철 아침>

by 박모니카

겨울철 독거노인에게 드릴 김장봉사가 시작되었어요. 총 4000여 포기, 첫날 600포기 현장에 갔어요. 김치에 들어갈 속 양념을 만드는 살림의 대가들인 이모님들(평균연령 70대)의 움직임은 말 그대로 척척박사였지요. 저는 사진이나 찍으며 주시는 밥만 맛나게 먹었구요. 배추에 들어갈 무를 다듬기 시작하고, 무청은 안 쓴다 하길래, 갑자기 말랭이마을이 떠올랐죠. “말랭이마을에 무말랭이가 많나요?“라고 묻는 책방손님들. 욕심에 무청을 삶아서 무시래기를 만들어야겠다 싶었어요. 겨울철 육수들어간 시래기국밥처럼 맛난 것이 있나요. 마을어머님이 제 손을 보시고 바로 무청을 삶아주셨구요, 저는 책방 난간에 이쁘게 걸었지요. 그 풍경에 저 혼자 설레는 맘을 참을 수 없어 지인들에게 자랑했어요. 저 참 유별나지요!! 그 유별, 겨우내 사람들과 무시래기국 놓인 따뜻한 밥상으로 나눌께요. 재미있는 시 하나 나눠요. 김영무시인의 <김장철 아침> 봄날의 산책 모니카.

김장철 아침 – 김영무


용달차에 무우들이 가득 실려간다

꼬리를 일제히 뒤로 한 하얀 무우 궁둥이가

영락없는 돼지 궁둥이다

옆에는 자름자름한 총각무우들이

너도 나도 갓난 새끼돼지같이

하늘로 꼬리 치켜들고 눈 꼭 감고

어미젖을 빠는 중이다.

김장철 용달차 뒤를 따르다 보니

어디선가 개울물 똘똘 흐르고

박꽃 같은 까치울음 들릴 것만 같다

11.17무시래기1.jpg
11.17무시래기2.jpg
11.17무시래기3.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