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22

2022.11.26 이준관<감나무 한 그루>

by 박모니카

올해는 붉은 감이 풍년이라고 해요. 대봉감,단감,땡감들이 나무를 떠나 각자 가는 길은 다르지만 달콤한 선홍빛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했을거예요. 저도 과일 중에 감을 가장 좋아하지요. 감을 보면 저절로 발길이 멈추고 손길이 나가는데요. 무엇보다 누군가가 늘 떠오릅니다. 가수 나훈아는 엄마를 부르는 홍시. 저는 친정아버지를 추억하는 홍시처럼요. 요즘의 나무들이 제 옷 벗고 맨살을 보여주기 바쁜데요 감나무에 남은 붉은 빛은 부끄러운 미소를 보이는 홍조같아요. 우연히 작은 언덕길에서 만난 땡감나무, 하늘 향해 사진을 찍다가 살짝 흔드니 몇 개가 떨어졌어요. 다람쥐가 밤을 먹듯, 낙엽 위에 앉아 떨어져 터진 말랑거리는 감을 다섯 개나 먹었답니다. “역시 가을은 ‘감‘을 먹어야 ’감(느낌)‘을 잡지” 라며 혼자 중얼거렸지요. 참 달콤한 가을날의 조연으로 한참을 걸었습니다. 오늘의 시는 이준관 시인의 <감나무 한그루>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감나무 한그루 – 이준관


이 가을 나에게는

감나무 한그루 있어

외롭지 않네


이 나무 아래서

감꽃을 주우며

그리움을 알았고


여드름처럼 덜 여문

푸른 감 떨어지는 소리에

첫새벽 푸르게 눈뜨는 법을 배웠네

바람에 살랑대던 감잎들

감나무에 매달려

삐걱거리며 즐겁게 노래하던

내 푸른 도르래여

감나무 그늘에서 속살거리던

귀밑이 홍시처럼 빨개지던 사랑

그 사랑의 말이

감을 빨갛게 물들이고

태양은

감을 딸 긴 장대처럼

감나무 끝에 걸쳐 있네


이 가을 내 혀 밑에서

감씨 하나 여물어가고

감을 딸 긴 장대 하나 있어

외롭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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