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27
2022.12.1 안도현<겨울숲에서>
가을에서 겨울로 잘 건너오셨나요. 저는 12월의 흔들다리를 건너오면서 추위만 가지고 온 게 아니랍니다. 화로에서 갓 구어진 따끈하고 고소한 군고구마 세 개를 들고 왔지요. 독립출판사<봄날의 산책>에서 출간한 첫 에세이집 3종을 들고 왔으니까요. 말랭이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 에세이집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세상사람들>을 쓴 저와, 이정숙님의 <1도를 찾아볼까요?>, 김정연님의 <아버지 우리들의 아버지>가 함께 건너왔어요. 세 권의 최종본이 제게 왔다고 자랑하니 안도현 시인의 <겨울숲에서>이라는 시가 울리더군요. 아마도 첫 눈과 함께 기뻐하라는 뜻이었나봐요. ’처음처럼’이란 말이 있지요. 그래요. 처음처럼 늘 새롭게 우리 삶이 전개된다면 그 무엇이 부러울까요. 미약했지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첫눈이 처음으로 제 이마에 닿는 듯하여 어찌나 맘이 설레고 꿈틀거리던지요. 책 출간까지 즐겁게 동행해준 두 작가에게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겨울숲에서>를 들려드려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겨울숲에서 - 안도현
참나무 자작나무 마른 잎사귀를 밟으며
첫눈이 내립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왠지 그대가 올 것 같아
나는 겨울 숲에 한 그루 나무로 서서
그대를 기다립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나는 기다리는 일이 즐거워졌습니다
이 계절에서 저 계절을 기다리는
헐벗은 나무들도 모두
그래서 사랑에 빠진 것이겠지요
눈이 쌓일수록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송두리째 버리는 숲을 보며
그대를 사랑하는 동안
내 마음속 헛된 욕심이며
보잘것없는 지식들을
내 삶의 골짜기에 퍼붓기 시작하는
저 숫눈발 속에다
하나 남김없이 묻어야 함을 압니다
비록 가난하지만
따뜻한 아궁이가 있는 사람들의 마을로
내가 돌아가야 할
길도 지워지고
기다림으로 부르르 몸 떠는
빈 겨울나무들의 숲으로
그대 올 때는
천지사방 가슴 벅찬
폭설로 오십시오
그때까지 내 할 일은
머리끝까지 눈을 뒤집어쓰고
눈사람 되어 서 있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