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37

2022.12.12 김현태<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by 박모니카

글과 말에 소리가 없다면 어떨까요. 어제는 봄날의 산책마당에서 펼친 세 번째 시낭송이 있었어요. 올해는 다양한 시 문화활동을 펼치면서 제가 무슨 시민문화사절 같았네요.^^ 아침마다 좋은 시보내기, 시 필사엽서나눔하기, 동시짓기, 시낭송에 이르기까지요. 이중 제게 가장 지혜로운 배움의 장은 바로 시낭송이었답니다. 사람과 사람을 소리로서 맺어주는 인연의 장터마당에서 시인의 소리, 낭송가의 소리, 청중들의 소리가 하나의 감성으로 표출되는 시낭송은 매번 감동의 물결입니다. 어제도 그랬습니다. 김소월, 신석정의 근대시인부터 현대시인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중력의 시간속에서 우리 모두는 거인의 어깨위에서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나이를 넘어서서 하나되는 세상. 삶의 연륜을 배우는 행복한 세상을요. 아쉽게도 올해의 행사는 끝이 나고 깊은 겨울잠을 맞이하네요. 새봄 다시 깨어날 때는 아마도 모니카의 머리위에 푸른 인연의 싹들이 가득할 것입니다. 오늘의 시는 김현태 시인의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인연이라는 것에 대하여 - 김현태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 천, 수 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 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은,

서리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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