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39

2022.12.14 채전석<엄마생각-단팥빵>

by 박모니카

첫눈이 올까요? 했더니 정말 오더군요. 밤늦게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굵은 눈 방울이 쏟아지는거예요. 집 주차장에 차를 멈추려는데 제 맘이 말했죠. ’이대로 들어가면 또 앉아서 교정본다고 자판기만 두드릴텐데... 안되지. 은파라도 가자‘ 차를 돌렸죠. 낮에 읽었던 단팥빵에 대한 시를 떠올리면서 편의점가서 빵하나 사서 눈 속에서 먹어보자 했죠. 제가 그린 그림보다 은파호수는 세찬 바람 속 첫눈을 잘도 안아주더군요. 하루종일 커피를 마셨건만 달달하게 시럽 넣은 커피한잔과 호빵하나로 첫눈을 가득 담고 돌아왔네요. 오늘 아침 빙판이 생겨 차 운전을 못할지라도 밤새 펑펑 눈이 왔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잠들었어요. 이제 진짜 단단한 겨울세상입니다. 앙상한 제 몸을 다 드러내어 오히려 저를 놀래켰던 책방 옆 은행나무, 말랭이 우물 옆 항아리들, 책방 뜰 팽나무 가지 위에서 저를 기다릴 눈송이를 만나러 빨리 책방으로 가봐야겠어요.

오늘은 채전석 시인의 <엄마생각-단팥빵>입니다. 봄날의산책 모니카

엄 마 생 각 (단팥빵) - 채 전 석


나 어릴때 엄마는 단팥빵을 싫어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들일을 마친 엄마가 집에 오면

맨 먼저 치마 꼬리에 매달려

속 고쟁이 주머니에서 단팥빵을 꺼냈다

빵 하나가 새참 전부였던 그때

새참으로 나온 단팥빵이었다

얼른 밖으로 나가 동네 아이들에게

조금씩 떼어주며 자랑했었다


아이들과 헤어져 털레 털레 고샅길 걸어오며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단맛을 혀끝에 굴리며

엄마는 왜 단팥빵을 싫어할까 의아했었다

원래 팥을 싫어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나는 단정했다

엄마가 새참에 물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야 했다는 것을 그때 나는 몰랐었다

들녘의 곡식은 농사꾼의 발소리 들으며

자란다시던 어머니도 이제는 연로하셨다

일꾼은 밥심으로 일하는 것이라며

새참 넉넉하게 마련하라 며느리에게 이르신다

그리고 간식으로 내갈 빵은 한사람에

두 개씩 돌아가게 준비하고

살구나무집 김제댁은 딸린 애들이 둘이니

따로 한 개 더 챙겨드리라고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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