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보내서였을까요. 하루종일 푹푹 눈은 내리고 나타샤 대신 모니카는 하늘 향해 흰 눈을 받아먹으며 흰 당나귀 대신 누렁야옹이와 말랭이마을의 깊고 깊은 설경과 한 몸이 되었지요. 소리없이 함박스럽게 내려오는 흰 눈을 보며 어느 영혼이 저 모습으로 왔는가 싶어 뚫어지게 보았답니다. 그 덕분에 시력 나쁜 제 눈(目)속에 맑은 눈(雪)의 영혼이 들어와 어둠 속에서도 눈 덮인 앞산의 모습이 환히 보였어요. 이토록 눈이 무겁게 쌓이는 겨울날이면 아마도 산말랭이 사람들은 이렇게 살았겠구나 싶어 귀를 기울였지요. 찬바람에 떨리던 문풍지 소리를 들으며 한 이불 속에서 서로 엉키던 형제들의 차디찬 발가락들, 쉬이 잠들지 못하며 허공을 채우던 형제들의 수다와 입김이 떠올랐어요. 지인과 마을을 뒤로하며 내려올 때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를 나눴습니다. 읊어지는 시 한 구절로 추위 한 겹을 덮고 새로 만난 인연으로 새날 한 자락을 만든 시간이 고마웠네요. 백석의 시어처럼 푹푹 눈이 내린 어제의 추억을 깊고 깊은 서랍 속에 넣습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그리울 때 다시 꺼내 보려구요. 오늘도 아름다운 시 한편 들려드립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