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거리의 할머니에게서 팥 한 되를 샀어요. 동지 때마다 손수 팥죽을 끓여주시는 친정엄마에게 드리려구요. 엄마의 손길로 만들어진 달콤걸쭉한 붉은 팥죽을 생각하면 입에 절로 침이 고이지요. 오늘은 동지 전날 ‘소지小至’예요. 이름도 이쁘지 않나요? 음기가 극점에 이르는, 태양이 가장 멀리 있는 시점이 동지인데요, 하루라는 시간이 부족하여 음기가 아직 끝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거겠죠? 하루만 지나면 음기는 반환점을 돌아 양기의 자세로 변신하죠. 시인 두보의 시에서 말한 것처럼 ‘冬至陽生春又來’라. 사람 세상, 언뜻 보기에는 한겨울로 들어서는 것 같지만 땅속에서 하늘 위에서는 양기가 부지런하게 생동하겠지요. 저는 오늘도 팥죽 한그릇, 내일도 팥죽 한그릇 먹을거예요. 요즘 일에 치어서 면역력이 급격하락한 심신을 붉은 기운으로 채우려해요. 오랜만에 한시 한편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