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엔 무엇을 읽을까 하고 한 컷을 넘기니 박노해 시인의 글이 보입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에 아침 발자국을 새기듯 책 속의 흰 눈길을 검은 눈동자로 사락사락 걷네’ 이 글을 읽고 어찌 정신이 번뜻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멍하니 앉아있는 저를 본 듯 ‘딱’하고 머리를 치는군요. 내친김에 그의 시 두 편을 더 읽었습니다. <연말정산>이란 시에 꽂히네요. 어제 저도 학원과 거래하는 몇몇 사람들과 연말정산을 하며 인사를 했거든요. 꼭 돈으로 맺어야만 정산인가요. 올해도 고마웠다고 새해에도 더 사랑해 달라고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것도 정산이지요. 시를 읽다보니 ‘검정콩 다섯 말’이 보이네요. 얼마 전 에세이를 함께 쓴 이정숙작가의 남편께서 당신이 지은 농산물 검정콩을 볶아서 가져오셨어요. ‘아이고야, 이런 환대를 받다니요.’ 아마도 당신께서도 사랑하는 아내를 대신해서 연말정산 하고 싶었을까요. 날카로운 세모를 향한 또 하루가 시작되었어요. 당신의 사람들에게 따뜻한 언어의 정산을 해보세요. 아마 세모가 금새 둥그러워질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