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273

2023.1.17 정호승 <여행>

by 박모니카

매일 톡에 쏟아지는 소식 중에 여행광고가 많더군요. 그만큼 코로나로 놓여진 장대들이 하나둘 거두어지는 걸까요. 많은 이들에게 아픔을 준 코로나. 역설적이게도 저에겐 또 다른 인생길을 열어주었지요. 바로 ’글쓰기‘라는 아름다운 카펫이 놓여진 길. 최근에 저는 ’글쓰기‘가 숨기고 있던 또 다른 재주를 찾았어요. 바로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을 이어주는 중매쟁이더군요. 매일 아침 소소한 이야기 몇 자를 보내드리는 제 맘을 저보다 더 기꺼이 받아주는 분들을 만납니다. 그중 한 분이 어제 책방을 오셨죠. 손에 든 봉투 속에 촉촉이 말린 무화과와 단감 편과와 숙채 죽순을 들고서요. 너무 감동해서 깜짝 놀랐어요. 제가 추천한 조국교수의 책도 고르시고요.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벌써 저의 뇌 속 기억장치는 가동하기 시작했죠. 이 귀한 인연을 어떻게 맺어가야 하는지를요. 글쓰기가 아니었다면 더디 왔거나 오지 않을 인연일 수도 있겠지요. 아침편지에 보내시는 작은 답장, 이모티콘 하나라도 눈물겹게 고맙습니다. 오늘은 아침일찍부터 설을 준비하는 봉사활동이 꽉 차 있네요. ’나라 여행‘보다 더 먼 여행, 아니 세상에서 가장 짧은 여행, ’사람 여행‘ 다녀올께요.

오늘은 정호승시인의 <여행>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여행 -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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