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4 강형철 <그리움은 돌보다 무겁다>
군산에는 600년 된 팽나무가 있습니다. 우리 땅인데도 주소가 미국명인 미군기지 바로 옆에 있지요. 이 땅도 곧 미국소유가 된다고 해서 팽나무지킴이를 자처하는 시민들이 애를 쓰고 있지요. 그들 중 지인이 있어 얼굴도 보고 팽나무보며 새 마음을 고백할 겸 찾았습니다. 여느 겨울나무처럼 실핏줄같은 자신의 여린 가지까지도 모조리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허리에 커다란 지팡이 두 대를 매달고 있더군요. 일년에 몇 번은 찾아오지만 올 때마다 주변의 지형이 달라져서 팽나무의 위태로움이 가까이 다가옵니다. 흙과 나무에도 영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저에게는 먼 옛 시간부터 지금까지 나라와 민족의 모든 역사를 지켜보며 희노애락을 간직하고 있을 팽나무가 신비를 넘어 신령스럽게 보입니다. 지인이 타 준 커피한잔 들고 무성하게 자란 대나무 숲도 거닐고, 서너 골 되는 텃밭 마늘 양파싹도 만져보는데, 팽나무 어른에게 인사왔다며 손을 흔드는 사람. 얼마 전 출판사 봄날의 산책이름으로 시집을 출간한 강시인님이었어요. 마침 차 속에 시인의 시집이 있어서 드렸더니 팽나무를 향해 당신의 시집과 함께 올해 소망을 전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연로(年老)의 트랙 위에서 서로 손을 잡고 ‘함께가자’ 라고 외치는 시인과 팽나무를 사진에 담았습니다.
강형철시인의 <그리움은 돌보다 무겁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리움은 돌보다 무겁다 - 강형철
내가 당신을 사랑할 때는
당신이 사랑하는 나조차
미워하며 질투하였습니다.
이제 당신이 가버린 뒤
고생대 지나 빙하기를 네 번이나 건너왔다는
은행나무에 기대어
견딘다는 말을 찬찬히 읊조립니다.
무엇이 사라진 것인가요
당신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내가 지워진 것도 아닌데
심연으로 가라앉는 돌멩이
앞서 깊어가는,
저기 그리움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