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09

2023.2.21 문영 <희망>

by 박모니카

책 중에 가장 읽고 싶은 책을 손꼽으라면 어떤 책일까요. 책의 내용이 아니라 책그릇의 모양을 말씀드려요. 크게 보면 종이책과 전자책도 있지요. 그런데 ’사람책‘이란 책도 들어보셨지요. 아마 무슨 책인지 아실거예요. 몇 년 전에 저도 책이 되어 학생들에게 읽혀진 적이 있었어요. 일명 ’사람책도서관‘의 책꽂이에 서 있었지요. 어제 저는 ’사람책‘ 한 분을 만나서 2시간여 그 책을 읽었답니다. 제가 만난 사람책은 군산문인(작가)들의 리더로 활동하는 문 시인. 개인적으로 인터뷰할 일이 있어서 뵈었는데요 그의 명함에 ’사람책‘이란 용어가 눈에 띄었습니다. ’사람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의 소통이 바로 이루어진다는 점이죠. 특히 그 사람책의 목차가 흥미로우면 종이책 몇 권 이상 읽는 것 이상의 재미가 있고요. 질문 중에서 무슨 색을 좋아하시냐고 물었더니 주황색이라고 했어요. 가장 따뜻하고 생동감이 넘치고 상쾌함의 대명사 주황색. 그 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람사이의 관계가 따뜻하고 이해심이 넓다‘고 말한데요. 인터뷰를 하다보니 정말 그런분이구나 라고 느꼈답니다. 문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을 읽어보던 중 <희망>이란 시에서 나온 구절 ’시간의 모종‘이란 표현이 좋았는데요, 곧 밭두렁을 만들어 각종 모종을 심고 싶은 제 맘이 듣고 있었나봐요.

오늘은 문영 시인의 <희망>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희망 – 문영


시간을 모종했습니다

햇볕 잘 드는 곳을 골라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퇴비도 넣고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희망이 흐르자

시간 새싹이 올라오고

사방이 푸르름으로 가득했습니다

사랑노래로 시간이 잘 자라주길 바라며

가끔씩, 비·바람이 놀러와 친구가 되고

영롱한 이슬이 찾아올 때는

설레는 꿈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호박벌, 부전나비도 날아들고

새벽부터 되지빠귀가 노래를 부릅니다

무럭무럭 자라 과거, 현재, 미래의 꽃을 피웠습니다

지금 열매를 맺고 싶었지만

희망은 한시도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눈부시게 환했던 날들 속으로 걸어가도

시시때때로 달려 나오는 실루엣 같은

꿈들은 잡을 수 없고

어느 날 문득, 퍼렇게 녹슨 종이 되어

이명처럼 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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