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22

2023.3.6 매화니<尋春>과 육유<雪中梅尋>

by 박모니카

오늘이 경칩(驚蟄)이군요. 초목에 싹이 돋고 겨울잠 자던 벌레들이 놀라 깨어나는 때. 꽁꽁 얼어있던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때라고 하지요. 하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매화소식으로 봄이 이미 와 있어서 얼굴 내미는 개구리들이 오히려 봄의 전령 2등 타수가 되버렸어요. 어제는 책방 옆 매화나무에서 꺾어온 가지를 유심히 보니 제각각 다른 얼굴들이 있더군요. 꽃잎을 활짝 열고 노랑 꽃술이 보이도록 웃는 아이부터 꽁꽁 다문 잎 속에 제 얼굴을 감춰놓은 아이까지요. 매화를 보면 이해인 시인의 <매화 앞에서>라는 시의 한 구절이 항상 생각나요,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있네- 매년 텃밭에 작물 몇 가지를 심으려고 나가보면 바로 옆 매화나무의 향기가 가장 먼저 반기지요. 작년에도 매화꽃잎으로 화전도 해먹고, 화차도 마셨는데, 아직 이 재미를 느낄 여유가 없이 자꾸 시간만 가서 내일이라도 빨리 텃밭으로 가봐야겠어요. 또 중국의 매화시인을 말한다면 북송의 임포(林逋)와 남송의 육유(陸游)를 꼽는다네요. 특히 육유시인은 자연에서 자라는 야매(野梅)를 사랑한 시인이라고 해요. 매화를 노래한 아름다운 시가 엄청 많아서 매화를 볼 때마다 한 편씩 읽어보는 재미도 좋을거예요. 오늘은 최근에 읽은 매화니의 심춘(저는 이 시가 더 좋네요^^)과 더불어 두 편의 매화한시를 보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尋春(심춘) 봄을 찾아 - 梅花尼(원나라의 시인)


盡日尋春不見春(진일심춘불견춘) 온종일 봄을 찾았지만 봄을 못 만나서

芒鞋遍踏壟頭雲(망혜편답롱두운) 짚신 신고 언덕 위 구름을 널리 다녔다

歸來笑然梅花臭(귀래우과매화하) 돌아와서 매화 내음을 맡고 웃음 짓나니

春在枝頭已十分(춘재지두이십분) 매화 가지 끝에는 봄이 벌써 완연하구나

雪中梅尋(설중매수) 눈속에 매화를 찾다 - 陸游(육유, 송나라의 시인)


幽香淡淡影疏疏(유향담담영소소) 그윽한 향기 담백하고 그림자는 드물어 성기나

雪虐風威只自如(설학풍위지자여) 모진 눈보라 위세에도 스스로 여여할 뿐이로다

正是花中巢許輩(정시화중소허배) 그야말로 꽃 중의 소부나 허유와 같은 무리니

人間富貴不關渠(인간부귀불관거) 인간세 부유함과 높은 지위를 어찌 관여하리오

*巢許:소부(巢父)와 허유(許由). 소유(巢由). 요 임금 때의 높은 선비들로, 소부는 속세를 떠나 나무 위에 살았기에 소부라 하며 요 임금이 천하를 맡기려 해도 받지 않았고, 허유는 요 임금이 천하를 물려 준다 하자 기산(箕山)에 들어가 숨었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