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24

2023.3.8 채전석 <봄은 혁명 중>

by 박모니카

한 이십여년 전 일본에 갔더니 ’지산지소(地産地消)‘라는 말이 보이더군요. 우리나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유행이었어요. 최근에 많이 보이는 용어로 로컬푸드(local food)가 있네요. 세 용어의 공통점은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나오는 음식이 나를 건강하게 만든다‘ 뭐 이런 의미 아닐까요. 오늘은 지역문인들과 독자들에게 이 말을 비추어봅니다. 거의 1년 가까이 시를 전하는 저도 소위 유명시인, 대중시인의 시를 많이 보내드렸죠. 어느 날 생각해보니, 저 역시 군산지역 시인들의 작품도 모르면서 ’시나눔운동‘이라는 이름아래 제 입맛에 좋은 시만 전해드린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 시작했어요. 작년에 행사했던 ’지역작가와의 정담‘ 등, 지역문인들을 위해 ’최소한 나는 관심을 둔 사람‘이라는 씁쓸한 위로를 던지면서요. 유명 타지역 문인들 초빙에 많은 돈을 들이면서도 지역의 시인 책 한 권 사는 일, 지역 시인들의 초청 강연 하나 준비하는 일에 인색한 시의 행정에 날카롭게 대들고 싶어졌어요. 이런 저를 보고 나서지 말고 조용히 살자네요. 저는 결심했죠. 올해 책방<봄날의 산책>이 나아갈 길 중 하나, ’지역의 문인(시인)들과의 지속적 만남!!' 지역시인 시집을 구비하고, 더 많이 그들의 시를 홍보하고, 작은 규모라도 그들과의 북토크를 준비하는 일 등. 그렇다고 오해는 마세요. 개인적으로 홍보를 부탁받은 일도 없고, 그럴 맘도 없으니까요. 오로지 제 삶의 가치 속에 들어온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일이 함께 즐거운 일이라면 기꺼이 할 뿐이죠. 지역에서 제 목소리를 내며 지역시인들의 시 밥상과 함께 건강한 삶을 꿈꾸면서 말이예요.

오늘은 지역작가 채전석 시인의 <봄은 혁명 중>이라는 시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봄은 혁명 중 - 채 전 석


풀잎에 맺혀

잠이 깬 아기 이슬 하나

신분 상승의 혁명을 꿈꾸었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흐르는

물의 속성을 거부한 역천

버려야 얻을 수 있다고

아침 햇살에 제 몸을 내어 말리더니

바람 계단 밟고 하늘로 올랐다.

올려다만 보았던 세상

내려다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다워

무지개로 머물고 싶은 마음

바람에 날려 하늘가를 떠돌다가

제 태어난 풀잎이 그리워

더이상 떠돌 수 없다고

친구들 불러 모아 구름으로 키운 몸짓


추락은 멈추는 것의 몫

버려서 얻은 허공

채움은 잃는 것이라고

헛발 짚은 바람 계단

어둠을 날아 내려

잠든 산수유 깨우고

진달래 깨우고

개나리 품에 안겨

잠든 것들을 깨우니

두근거리는 가지마다

꼬물대는 아기 손

시련의 겨울을 몰아내니


노오란 산수유,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가 피었다.


미완의 혁명은 슬픈 것이라고

화신이 낸 최전방 북녘 길가에

오늘도 아기 이슬 하나

꽃잎에 앉아 햇살을 말리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침편지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