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편지360

2023.4.13 조지훈 <낙화>

by 박모니카

책방 뒷길 돌아 월명산 수시탑에 오르는 길은 벚꽃이 장관을 이루던 곳이었죠. 올해는 개화가 짧아 그 풍경을 오래보지 못했다고 동네분들도 아쉬워합니다. 오르막 아래에서 바라보니 벚나무는 분홍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초록도 아닌 것이 난상(亂想)처럼 제 모습을 바꾸기에 정신없더군요.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라, 매일 아침 시사뉴스, 시끄러운 나라소식을 들으며 답답한 속 마음을 저 벚나무가 대신 말해주는가보다 했네요. 남편은 제게 ‘생선먹는 귀신’이라고 하지요. 친정아버지 계실 때 같으면 결코 밥상에 올라오지 않았을 조기의 새끼(소위 깡치라고 하지요)를 엄마가 다듬으셨다고,,, ‘꼬득꼬득 말렸으니 맛있을 때 갖다 김서방이랑 구워주라고’ 말씀하신 엄마의 호출을 무려 3일이나 잊고 있었지요. 비에 젖고 때에 지친 벚나무길을 오르다가 갑자기 그 깡치가 생각나서 친정을 찾았지요. 엄마는 마실가고 오십이 넘은 남동생 둘이 있더군요. 나이는 제일 위인 저를, 동생들은 오히려 세상 물정에 서툰 어린 동생 걱정하듯 바라보곤하죠. 속내는 따로 있어서 서로 웃긴다고 말하며 어린애들처럼 놀았네요^^ 막내가 챙겨준 깡치를 들고 오며 혼자 사시는 어느 어른댁에 들러 몇 마리 내어주었죠. 비록 작아도 명색이 조기니 한 끼 식사에 구워드시라고 하니 그분도 천상 아이같이 웃으시더군요. 퇴근하면 거의 심야, 속을 채우면 다음날이 불편한 줄 알지만 한 밤중 조기구이냄새 풍겨가며 노릇노릇 구워진 조기를 한 번에 열 마리나 먹으니 “역시 생선귀신이고만” 이라는 말을 들었네요. 제 손바닥 만하니 수만 많았지 그렇게 배부르지도 않았지만 저를 행복하게 했던 것은 역시 엄마의 ‘생선 간 치는 솜씨‘와 ’남편의 생선구이 솜씨‘였답니다.

오늘은 조지훈 시인의 <낙화>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낙화 - 조지훈


꽃이 지기로소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 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책방 별관<다시봄날>에 지인들이 그려준 시화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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