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54

2023.6.11 김주대 <풍경소리>

by 박모니카

-사람이여, 사람이여. 사람이란 말은 얼마나 쓸쓸하고(’ㅅ‘발음) 부드럽고(’ㄹ‘발음) 울림이 큰(’ㅁ‘발음) 소리인가. 부르기만 해도 목이 멘다. 나는 사람에 이르기 위해 풍경을 보고 들었다. 사람이 있는 풍경만이 절경이 될 수 있다.- 시인 김주대의 <풍경>이라는 서화집에 나오는 말입니다. 글자로서의 규정이야 글을 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최고의 절경이 ’사람‘이라는 그 마음에 공감이 일어 읽던 구절을 들려드립니다. 어제만 해도 하루라는 시간의 파노라마를 돌려보면 주인공은 역시 ’사람‘이었으니까요. 자주 보는 사람들일지라도 고유한 이름표 하나 걸어놓고 보면 특별한 동질감으로 새 얼굴이 되는 지인들. 특히 마음의 결이 비슷하여 한순간을 만나도 시원하게 웃음보를 터트려주는 ’사람‘ 덕분에 함께 절경의 주인공이 됩니다. 어제 모임에서는 가까운 익산 미륵사지를 중심으로 모두 사람을 만나는 소풍이었습니다. 이곳은 국내 최대의 사찰지로, 백제 무왕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지고요, 유명한 설화 서동(무왕)왕자와 선화공주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죠. 지금까지 남아있는 국내 최대, 가장 오래된 백제의 석탑도 있구요. 박물관에서 눈여겨보고 들은 ’역사‘ ’불교‘ ’문화‘ ’목탑‘ ’석탑‘ ’왕릉‘ ’그릇‘ ’글자‘ ’노래‘ 등. 이 모두 사람이 저장해놓은 산물이지요. 평범한 중년의 여자들이 단순히 커피한잔으로 보내는 수다를 벗어나 현재와 과거를 잇는 길에 자신의 발걸음을 남겨놓는 것이 즐겁다는 만남. 생각의 결이 같아야만 가능한 일이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전시물 중 깨진 채로 발굴된 토기를 가는 실로 엮어서 전시한 그릇 한 점은 그 어떤 귀금속보다도 아름다워 보였는데요, 사람들 삶의 도구였을 그릇이야말로 옛날의 일상에 대한 비밀을 풀어주는 블랙박스. ’궁금하면 오백원‘이란 코미디의 한마디를 던질 만큼 갖가지 궁금증이 일어 재밌는 관람이었답니다. 휴일인 오늘, 어딘가로 여행하고 싶다면 익산의 미륵사지와 주변 경관도 추천합니다. 오늘은 김주대 시인의 <풍경소리>과 <풍장>을 읽어보세요. 봄날의 산책 모니카

풍경 소리 - 김주대


풍경 소리가 눈물처럼

매달리는

저녁마다

까치발을 하고 귀를 대면

허공의 길을 타고 그대는

달그랑달그랑 오네 오시네


풍장 - 김주대


바람이 허공에 새겨놓은 문자를

읽을 수 있게 되리라

살이었던 욕심을 남김없이 내려놓고

신의 발을 무사히 만질 수 있도록

영혼에서 살이 빠져나가는 시간

바람의 지문을 영혼에 새기는 일이다

넘치던 말들과 형상을 보내고

허공에 섬세하게 깃들게 되리라

꽃잎처럼 얇은 고막이 되어

지평선에 누우면

별들의 발소리가 들리겠지

살을 버린 이성은 비로소 천상을 흐느낄 것이고

혀가 된 푸른 바람이 말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에도 우리는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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