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58

2023.6.15 박남준 <상추도둑>

by 박모니카

“목표를 가지고 글을 써 볼까요. 자, 지금부터 이곳에 투고할 글을 써보는거예요. 혼자서만 알고 있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보여주었듯이,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한 발 더 내딛어보는 거예요. 월간지 <좋은 생각> <샘터>를 비롯해서 각종 글 매체의 특정주제에 어울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고 투고해보는 거죠. 당선이 안되더라도 글은 남으니 손해볼 거 없어요. 어떤 결실을 맺을지 아무도 모르죠.”


문우들에게 과제를 내면서 드린 말씀입니다. 저도 처음 글을 쓸 때 엄마에게 들은 한 토시의 말을 흘러버리지 않고 잡지에 공모했었어요. 제목이 <씨앗의 얼굴>이었죠. 모든 사물을 사람처럼 대하는 엄마의 언어습관을 묘사했었던 글이었어요. 운 좋게도 제 글이 뽑히고, 상금도 받고요. 엄청나게 스스로 동기유발이 되었답니다. 그 해는 신기하게 길든 짧든 제 글이 올라와서 저는 24시간 자동 충전기같이 매 순간 눈빛이 반짝거렸어요. 어디에서 무얼보고 글을 쓸까 쳐다 보느라구요. 지금도 심심하면 글을 투고하죠. 99퍼센트 낙선되어 저만의 글 통장으로 ‘푸잉~ 툭’하고 떨어지지만 연말이면 그 통장을 열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열심히 살아온 저의 여러 모습이 온전히 들어있으니까요. 지난 과거를 글로라도 남겨놓는 재주라면 재주랄까... 현재를 살아가는 두툼한 양분이 됩니다. 오늘도 글쓰기 문우들을 만나는 날, 회차가 거듭할수록 이분들의 글솜씨가 저를 위협하는군요. 웃겼다 울렸다 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저 혼자만 듣기 아까워서 다양한 매체의 글 공모란을 소개했어요.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노 저어 보라구요. 어떤 분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등극도 하셨네요, 원고료 2000(오마이뉴스 글 채택 기준인 잉걸획득)원이 그 어떤 대상의 상금보다도 소중하다고 기뻐하십니다. 글을 쓰는 힘의 원천과 비결은 오로지 자신 안에 있다고 말씀드리죠. 타인의 글을 많이 읽어 다양한 글의 기법과 어휘를 익힐 수는 있지만 자기의 솔직한 내용, 투박한 글투라도 자기표현이 없으면 온전한 자기 글이 아니라고요. 요즘 텃밭에 자화자찬하며 난리법석을 떠느라 정신없는 1등 공신 ‘상추’를 이처럼 재밌게 표현한 시인이 또 있을까요. 지리산 시인 박남준의 <상추도둑>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상추도둑 – 박남준(1957-현, 전남영광)


도심 골목 담벼락 밑 작은 꽃밭

어느 할머니 애지중지 상추와 쑥갓을 키웠으리

자식들 따라나서며 논밭을 버린

속창시 빠진 마음

솔솔 재미 붙이는데

누가 자꾸 뽑아가나 그 심사

궁리 끝에 헌 종이 박스에 써서 꽂아 놓았구나


도동년 나뿐연


상추 뽀바간연


쳐먹고 디저라


한두번도 아니고 매년


아따 그러니까 이게 저주라면 참말로 독한 저준데

상추먹고 급살 맞을 사람 어디 있을까

할머니는 자못 심각한 일인데

무섭다기보다 재미있어서

도동년은 이제 욕도 처먹었겠다 상추를 또 뽑아 갈 것 같고

그다음 처방은 뭐라고 내걸릴까 슬슬 궁금해지고

시방 나는 웃음이 나는 걸 어쩌겠는가

6.15 상추도둑.jpg 아름다운 도둑.. 무슨 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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