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봄날편지143

2023.9.8 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

by 박모니카

책방 둘레길을 한바퀴 돌아보니 작은 생명들이 눈에 보여요. 시력은 무진장 나쁜데도 작은 꽃들과 곤충들이 움직이는 것을 포착하는 기능은 발달하나 싶게 잘 보이는 때가 있지요. 제 스스로 운동에 대한 의지력이 약해서 지인들과 ‘하루 1번 각자의 운동 인증샷을 보내기’에 참여중이지요. 저는 살레살레 걷기를 신청해서 요 며칠 어디에서 가을걷이가 총총거리나 보고 다니네요. 9월 일정이 빡빡하야, 멀리 가지는 못하지만 월명산 속 책방지기를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가을 속에 들어온 책방과 시간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봐도 참 재밌게 살았다’ 싶네요. 어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정자 둘레길을 걸으며 작은 생명들의 예쁜 모습을 담아두었어요. 연보라빛 콩꽃, 남색 달개비꽃, 푸성초록 녹나무열매, 하얀 꽃댕강나무꽃, 붉은 입술 계요등... 산 길에 들어 가면 큰 나무와 벗하는 이 작은 생명들의 놀이가 장관입니다. 일부러 심지 않아도 피어나서 맘껏 베풀어주는 심성은 가히 성인의 그릇이구요. 이들과 함께 말랭이마을에 가을 골목잔치가 열립니다. 9월부터는 2주차 토요일에 행사하구요. 저는 오늘 어른들과 시장보러 가지요. 가까웁게 주말나들이 생각하신다면, 오전에 월명호수 길을 중심으로 산 둘레길 산책하시고, 점심에 마을로 오세요. 파전과 막걸리 한잔 대접하오리다. 시장보면서 파전 양념 넉넉히 사둘거니까요. 물론 저를 찾아야 공짜로 드십니다^^

오늘은 안도현 시인의 <그대에게 가고 싶다>입니다. 봄날의 산책 모니카

그대에게 가고 싶다 - 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어둠 속에서 캄캄하게 띄워 보낸

내 그리움으로 여겨다오


사랑에 빠진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그리움 하나로 무장무장

가슴이 타는 사람 아니냐


진정 내가 그대를 생각하는 만큼

새날이 밝아오고

진정 내가 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만큼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마침내 그대와 내가

하나되어 우리라고 이름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온다면


봄이 올 때까지는 저 들에 쌓인 눈이

우리를 덮어줄 따뜻한 이불이라는 것도

나는 잊지 않으리

사랑이란

또 다른 길을 찾아 두리번거리지 않고

그리고 혼자서는 가지 않는 것

지치고 구멍난 삶을 데리고

그대에게 가고 싶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신천지

우리가 더불어 세워야 할 나라

사시사철 푸른 풀밭으로 불러다오

나도 한 마리 튼튼하고 착한 양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숨은그림찾기~~~누구의 꼬리가 있어요
바로 이 친구. 저랑 눈이 마주쳐서 엄청 당황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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